도이치 주가조작 '전주' 유죄에 한겨레 "김 여사 기소가 마땅"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 "김건희 여사 처분 미룰 명분 사라져" 조선 "권력형 범죄 아냐"
대통령 용산 관저 이전, '맹탕' 감사 논란 동아 "의혹 더 커지는 느낌"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전주'(돈줄) 역할을 했던 손아무개씨가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자신의 계좌가 사용되고 실제 주식 거래에도 참여한 정황이 있는 김건희 여사의 '사법리스크'가 커졌다는 평가다. 경향신문은 “김 여사 처분을 계속 미루거나 봐주기로 일관한다면 권력의 시녀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전이라 권력형 범죄가 아니”라면서도 “검찰이 4년 가까이 흐른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손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손씨를 '공동정범'으로 기소했다가 1심 무죄가 나오자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재판부는 손씨의 방조 혐의에 대해 “피고인들의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하고도 이를 용이하게 방조하였음이 인정되어,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4년 가까이 흐른 사건, 검찰이 판단 내리고 책임을 져야”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검찰이 신속히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13일자 사설 <도이치모터스 '전주 방조' 유죄, 김건희 여사도 법대로 해야>에서 “검찰도 항소심 결과를 보고 김 여사 처분 방향을 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며 “검찰이 김 여사 처분을 미룰 명분이 사라졌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김 여사 모녀가 주가조작으로 23억 원의 이득을 취했다는 의견서를 1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2차 시세조종에 관여한 업체 사무실 노트북에선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파일이 발견됐고, 김 여사가 자신의 주식을 허락 없이 싸게 팔았다며 작전세력 측에 항의했다는 법정 증언도 나왔다”며 “이 모두가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알았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13일 사설 <도이치 사건 '방조범'도 유죄, 김 여사 기소가 마땅하다>에서 “손씨의 유무죄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김 여사 처벌의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라며 “김 여사 역시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되고 실제 주식 거래에도 참여한 사실이 드러난 상태다. 사실 김 여사는 주가조작 '선수'의 8만주 매도 요청 뒤 직접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해 8만주를 매도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단순 방조범 이상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수사·기소가 늦어지면서 일부 범죄행위는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이 어렵게 됐으니 검찰의 직무유기 책임이 무겁다고 할 것”이라며 “최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에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만으로도 검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마저 유야무야 넘긴다면 아예 법치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의 기소 판단을 촉구하면서도 김 여사와 손씨는 사실관계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도이치모터스 사건' 검찰이 金 여사 기소 여부 결론 낼 때>에서 “손씨는 자신과 아내 등의 계좌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조작범과 문자를 주고받고 매수를 추천받은 정황이 나왔다. 반면 김 여사는 계좌 운용을 일임했고 주식 매매 전후 시점에 직접 주가조작범과 연락한 정황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건은 문재인 정권 검찰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잡으려고 1년 반 넘게 수사했지만 다른 주가조작범들만 기소하고 김 여사는 기소하지 못한 것이다. 그 배경엔 이런 사실관계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주가조작이 벌어졌다는 시점도 윤 대통령 부부가 결혼하기 전의 일이다. 윤 대통령과 관련이 없어 권력형 범죄가 아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김 여사에게 문제가 있다면 기소했어야 하고, 아니라면 불기소하면 됐을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주가조작 관여 사실을 부인했다. 이젠 검찰이 4년 가까이 흐른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했다.
대통령실 눈치 보는 감사원? 중앙 “솜방망이 지적 피하기 어려워”
감사원이 2022년 10월 참여연대의 국민감사청구로 시작한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대통령 경호처 간부가 방탄창호 설치 공사비를 부풀려 국고에 약 15억7000만 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밝혔다. 다만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인테리어 업체가 주도한 것과 관련해 별도의 특혜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참여연대는 “의혹 전반의 위법에는 사실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보수신문에서도 감사원이 '대통령실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13일 <'용산 관저' 업체들 위법 수두룩… 추천인은 모른다는 감사원> 사설을 내고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대통령경호처 등에 주의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감사 보고서에는 '촉박한 일정'이나 '불가피한 상황' 등 대통령실을 변호하는 듯한 표현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관저 인테리어 공사의 수의계약을 따낸 업체는 '21그램'으로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 가운데 한 곳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관저 이전 업무를 총괄한 김오진 전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 경호처 등을 통해 추천받았다. 해당 업체를 추천한 분들이 현 정부와 밀접한 분들”이라면서도 “누가 추천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감사보고서를 뜯어보면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커지는 느낌”이라며 “그런데도 감사원의 조사는 거기에서 멈췄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시공 업체에 대한 감독이 지나치게 부실했던 것도 의문이 남는다. 21그램 측이 관저 인테리어 공사에서 하도급을 준 18개 업체 중 15개 업체가 무자격 업체였다. 대통령실과 행안부의 사전 승인도 받지 않고 무자격 업체를 끌어들였다”며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어 증축 공사를 할 수 없게 되자 21그램 측은 대통령실의 의뢰로 직접 종합건설사를 섭외해 왔는데, 이 건설사는 직접 시공하지 않고 대표의 친형이 운영하는 실내건축업체에 하청을 줬다. 자격 있는 업체가 직접 공사를 하고 있는지 확인은 없었다. 사실상 21그램을 위해 면허만 빌려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부분”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탈법·부패 드러난 대통령실 이전, 용산의 자성 필요하다> 사설에서 “대통령실을 의식한 늦장 감사, 솜방망이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부패방지법상 국민감사는 감사 실시 결정일로부터 60일 안에 마치는 게 원칙”이라며 “그러나 2022년 12월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일곱 차례나 기간을 연장한 끝에 1년8개월 만에야 결론을 내면서 '주의 촉구'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실 이전은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왜 보안이 열악한 용산으로 옮기느냐'는 논란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슈”라면서 “그런 만큼 사소한 귀책도 없도록 조심했어야 했는데, 속전속결로 이전을 강행한 것이 탈법과 부패를 만들어낸 원인이 아닌지 대통령실은 성찰해야 한다. 김 여사 관련 업체 연루 의혹에 대한 보다 투명한 조사, 설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이 아닌 '방탄 공사비 날림'에 초점을 맞췄다. 13일 <방탄 공사비 16억 빼돌려도 대통령 안전에 이상 없나> 사설을 낸 조선일보는 “최고 방호 수준을 요구하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방탄 공사가 날림으로 이뤄졌다면 큰 문제”라며 “대통령실 이전은 대선 공약이었지만, 정부의 충분한 검토와 여론 수렴이 생략된 채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방탄과 같은 중요한 공사에 비리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이를 심각히 여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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