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될 운명이던 천조각·나무판자…제주 아이들 '놀이터' 됐다

오현지 기자 2024. 9.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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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넘어 새활용으로 ⑤] 삼사이워크
귤컨테이너·부표 등 활용…놀이기획 워크숍도 진행

[편집자주] 플라스틱 저감과 순환경제 전환을 향한 국제적 노력을 선도하는 '2024 제주플러스 국제환경포럼'이 오는 26, 27일 제주부영호텔에서 열린다. 포럼을 앞두고 버려진 자원의 재활용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새활용'으로 순환경제를 꿈꾸는 제주 기업 5곳을 차례로 소개한다.

삼사이워크가 지난 3월 제주북페어에 설치한 팝업놀이터. 버려진 천을 모아 엮어보는 '천 드로잉'(삼사이워크 제공)

#1. 어린이들이 형형색색 늘어진 천을 끝없이 연결하며 바쁘게 손을 움직인다.

#2. 한쪽에선 컨테이너에 나무판자를 연결해 길을 만든다.

#3. 또 옆에선 알록달록한 구슬을 꿰어 기둥을 만들고 있다.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지난 3월 제주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제주북페어' 행사장 한쪽에 마련됐던 팝업 놀이터 풍경이다.

아이들이 신나게 손과 발을 쓰며 놀고 있던 이 장면들 속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 놀이터의 재료들이 바로 제주 곳곳에서 쓰임을 다해 버려지기 직전의 물건들이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장면의 천은 재봉 후 남는 천 조각이거나 버려지기 십상인 포장용 끈이다. 두 번째 장면의 컨테이너는 농가에서 쓸모를 다한 귤 컨테이너와 폐목재, 세 번째 장면의 구슬은 바다에 떠다니던 그물 부표다.

삼사이워크 김연정 대표.(삼사이워크 제공)

쓰레기가 될 운명이던 이들 물건에 아이디어를 더하니 세상 어디에도 없는 '놀이터'로 재탄생했다.

이 팝업 놀이터를 만든 곳은 디자인 스튜디오 '삼사이워크'다. 김연정 삼사이워크 대표는 2013년 서울에서 프로젝트팀 '수산업'으로 처음 팝업 놀이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제주로 이주해선 지역 농·어업 도구와 잉여 자원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놀이터를 만들고 있다. 플라스틱 병뚜껑, 구멍 난 양말까지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김 대표는 '어떻게 새활용에 관심을 갖게 됐느냐'는 질문에 "어린 시절부터 버리는 걸 아까워하고, '이걸 안 버리고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아이였다. 그래서 놀이를 통해 버려지는 것들도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대표는 "제주에 내려오니 농업·어업 도구들이 놀잇감으로 쓰일 수 있겠다는 외지인의 시선도 있었다"며 "이건 귤 컨테이너고, 이건 바다에서 온 부표란 설명을 적어두고, 직접 얘기해주면서 아이들이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질문도 던진다"고 설명했다.

삼사이워크의 팝업 놀이터는 북페어 같은 제주지역 기관 축제나 도서관 연계 행사 측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제작된다. 행사 컨셉트에 따라, 또 새로운 아이디어나 소재에 따라 놀이터 모습도 다양하게 변모한다.

팝업 놀이터 제작 외에도 김 대표가 마음을 쓰는 일은 제주지역 아이들이 직접 업사이클링 놀이터를 기획하고 만들어보는 워크숍 운영이다.

2019년 월평마을에서 진행한 팝업놀이터.(삼사이워크 제공)

김 대표는 제주에 내려오자마자 월평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마을 아이들이 참여하는 놀이 제작워크숍을 통해 '버석버석 아이 따가워' 팝업 놀이터를 열기도 했다. 놀이터 비계 구조는 마을 비닐하우스 제작 주민팀에서 맡았고, 동네 귤 컨테이너와 공원에 널린 솔방울이 주요 소재가 됐다.

또 그는 초록우산 제주종합사회복지관 주관 어린이 놀이기획단에 약 3년간 참여하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직접 놀잇감을 디자인해 만들고, 놀이터 이름을 짓고, 현장을 답사하는 '놀이기획자'가 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팝업 놀이터는 놀이 기간이 하루 이틀 정도로 짧고 안전 문제도 있어 길게 하진 않고 있다"며 "그런데 아이들이 이런 워크숍에 참여해 버려지는 것들을 직접 활용해 보니 더 깊이 있게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품은 들어도 확실히 더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제주 지역자원과 놀이터의 '선순환'을 꿈꾼다. 놀이터를 위해 쓰레기를 최대한 만들지 않고, 농가는 놀이도구를 빌려주고 일정 부분 이익을 얻어가는 구조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귤 컨테이너는 많을수록 다양한 놀이가 가능한데 다량으로 구할 곳이 마땅치 않다. 농가와 연결되면 공유경제 개념처럼 대여비와 세척 인건비를 주고 사용한 뒤 다시 돌려주는 건 어떨지 하는 생각이 있다"며 "밭에 있는 마시멜로처럼 생긴 곤포사일리지(원형 볏짚) 역시 대여 후 장애물 놀이 재료로 사용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제주에서 팀원을 찾아 활동을 더 풍성하게 해보고 싶은 목표도 있다"며 "업사이클링 놀이터가 아이들도, 어른들도 즐거운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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