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시가 '시장변동률'만 반영···인위적 상승분 걷어낸다
文정부의 '현실화율 로드맵' 폐기
시세 변동·감정평가·AVM 등 고려
합리화 시행땐 보유세 부담 줄 것
법 개정 필요···야당 동의 얻어야
정부가 시세 변동률만 반영해 부동산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한 ‘공시가격 현실화율(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 로드맵’을 폐지하고 그 이전 방식을 재도입하는 것이다. 공시가격이 시장가격 흐름과 유사한 수준에서 변동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골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한 공시가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고 공시가격 산정식을 2020년 이전과 마찬가지로 ‘전년도 공시가격×(1+시장 변동률)’로 바꾸는 것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은 공시가격을 2035년(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높이도록 규정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시세 인상분에 현실화율에 따른 상승분까지 더해지는 만큼 공시가격이 급등해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에 현실화율 로드맵을 폐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컸다. 정부는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로드맵을 폐기하고 시세 변동 이외에 공시가격을 움직이는 요소를 걷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시장 변동률은 공시가격 조사자들이 실거래가 변동률, 감정평가액 변동, 자동산정모형(AVM)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합리화 방안이 시행되면 급격한 속도의 인위적 시세 반영률 인상 계획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아 집값 변동과 상관없는 무리한 보유세 인상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계획대로 현실화율 로드맵을 폐기하고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바꾸려면 야당의 동의를 얻어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 정부가 공시가격 산정 체계를 되돌리려는 것은 전 정부 시절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실화 계획은 최장 2035년(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세의 90%까지 공시가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시세 인상분에 현실화율에 따른 상승분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급등해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 실제로 현실화 계획이 적용된 2021~2022년 사이에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연평균 18% 상승했다. 현실화 계획 도입 이전 10년간 연평균 상승 폭(4.6%)의 4배에 달한다. 또 집값이 떨어진 일부 지역에서는 공시가가 실거래가를 뛰어넘는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현실화율이 90% 도달할 경우 공동주택의 20%, 표준 주택의 25%, 표준지의 24%가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부는 현실화 계획을 폐지한다고 밝히며 새로운 공시가 산정 방식을 내놓았다. 핵심은 현실화 계획에 따른 인위적인 상승분을 걷어내고 시장 변동률만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2020년 현실화 계획 도입 이전에 사용했던 방식으로 ‘전년도 공시가격×(1+시장 변동률)’ 수식에 따라 산출한다. 공시가격 조사자(공동주택은 한국부동산원, 표준지는 감정평가사가 조사)가 시장 증거에 입각해 시장 변동률을 적용해 공시가를 정한다. 예를 들어 A아파트의 시장 변동률이 10%라면 전년도 공시가격에 1.1을 곱하면 된다. 김규철 주택토지실장은 “집값 시세가 20% 올랐다고 해서 바로 시장 변동률에 20%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시세 변동률을 포함해 감정평가 변동률, 한국부동산원의 자동가격산정모형(AVM)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시장 변동률을 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화 방안이 실행되면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실화 로드맵을 적용할 때보다 공시가가 줄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동주택 평균 가격 변동률이 1.52%라고 가정하고 현실화 로드맵을 적용했을 때 올해 공시가격이 15억 600만 원인 아파트의 내년 공시가격은 15억 7200만 원 이다. 하지만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고 합리화 방안이 적용되면 15억 2800만 원으로 4300만 원이나 준다. 공시가가 내려가는 만큼 보유세도 줄게 된다.
전문가들은 합리화 방안이 시행되면 공시가격이 시장가격 흐름과 유사한 수준에서 변동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최근 지방 주택 시장처럼 매매가가 하락하는 곳은 시세 하락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보유세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부작용을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보유세 부담은 이전보다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집값이 많이 오르는 인기 지역의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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