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는 실패했는데... MBK, 고려아연 경영권 쟁취할까

노자운 기자 2024. 9. 13.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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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제공

이 기사는 2024년 9월 13일 6시 5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MBK파트너스가 또 다시 경영권 분쟁에 ‘메기’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말 한국타이어 모회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조현식 고문과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고려아연을 새 타깃으로 삼았다. 영풍 측과 손잡고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한편 공개매수를 통해 과반의 지분 확보를 추진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취지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MBK파트너스가 참전함에 따라 고려아연을 둘러싼 영풍과 최 회장의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MBK의 공개매수가 한국타이어 때와는 다르게 성공으로 끝날지, 최 회장 측에서 어떤 반격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 주주간 계약부터 공개매수까지… 성공하면 의결권 기준 52% 확보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전날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 및 특수관계인과 주주 간 계약을 맺고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되, 주도권은 MBK파트너스가 가져가는 구조다. MBK파트너스는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MBK파트너스가 영풍 측보다 고려아연을 단 1주 더 많이 갖게 된다.

아울러 MBK파트너스는 13일부터 오는 10월 4일까지 공개매수도 실시한다. 단가는 66만원으로, 전날 종가인 55만6000원보다 18.7% 높다. 최소 144만5036주(7%)에서 최대 302만4881주(14.6%)까지 공개매수한다는 계획인데, 이를 모두 사들이려면 9537억~1조9964억원이 필요하다. MBK파트너스의 6호 바이아웃 펀드가 8조원가량의 실탄을 장착한 만큼,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가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14.6%의 지분을 확보한다면, 영풍과 MBK 측 지분은 총 47.7%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영풍이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은 25.4%이며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등 장씨 오너 일가와 영풍 계열사 코리아써키트, 테라닉스 등의 지분율이 7.7%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등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공개매수 성공 시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 지분율은 52%에 육박하게 된다. 과반을 확보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MBK파트너스가 영풍 및 오너 일가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갖고 있는 만큼, 공개매수가 성공한다면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은 MBK파트너스의 손에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MBK파트너스는 의결권을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기간 동안 영풍정밀 주식도 2만원에 최대 684만801주(43.43%)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영풍정밀은 현재 최 회장 측 지분이 더 많다. 장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정밀 지분이 21.25%이기 때문에, 공개매수 성공 시 지분율은 64.68%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MBK파트너스와 장씨 일가가 이 회사 경영권을 장악할 시 고려아연의 의결권을 그만큼 더 확보할 수 있게 된다.

◇ 최윤범 회장 반격 카드는… 현대차·LG 등 백기사 눈길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깜짝 등장한 것은 영풍 장씨 일가의 경영권 포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영풍은 (최씨 일가와) 함께 죽는 길을 택한 것”이라며 “자신들이 물러나야 최씨 일가에게도 물러나라고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윤범 회장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이 주식 절반가량을 MBK파트너스에 팔았고 그 밖에 사정 변경은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두 집안의 인연은 7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최기호·장병희 명예회장이 1949년 영풍그룹을 공동 창업한 이래 두 집안이 그룹을 공동 경영해 왔다.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을 비롯한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맡아서 이끄는 구조였다.

그러나 2022년 고려아연이 최기호 명예회장 손자인 최윤범 회장 체제를 확고히 한 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며 계열 분리 가능성이 대두됐다. 최 회장은 그 해 11월 자사주를 LG화학·한화와 맞교환해 우호 지분 3.17%를 확보했다. 보통주가 자사주 상태로 있을 땐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넘어가면 의결권을 갖게 된다. 때문에 우호 세력에게 매각한 자사주는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백기사 지분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고려아연은 또 자사주 4.35%를 트라피구라·한국투자증권·모건스탠리에 처분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매각된 자사주 역시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이듬해인 작년 9월에는 현대차그룹도 우호 주주로 확보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HMG글로벌이 고려아연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5%를 5272억원에 인수했다. HMG글로벌은 고려아연의 기타비상무이사 한 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리도 갖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현대차그룹이 고려아연을 통해 안정적인 니켈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것이었지만,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백기사를 끌어왔다고 해석한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올해 3월 신주 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한 상태다.

현재 최씨 일가의 지분율은 15.9%, 백기사 지분율은 17.3%로 파악된다. 현대차·LG·한화 뿐 아니라 한국타이어, 조선내화 등도 우호 주주로 분류된다. 최 회장 및 우호 주주 지분율이 도합 33.2%로, 현재로선 영풍 및 장씨 일가 지분율과 비등한 수준이다. 때문에 최 회장이 백기사 추가 확보나 대항 공개매수 등을 통해 반격에 나선다면 경영권 분쟁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될 수도 있다.

◇ 한국타이어 공개매수는 무산됐는데…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MBK파트너스 측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매수 자금은 충분하지만, 상대측 지분율이 만만치 않은 데다 대기업들이 백기사로 들어와 있어 어떤 반격 카드가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반대 편에 서서 공개매수를 추진했는데 이는 무위로 돌아간 바 있다. 당시 조현범 회장 지분율은 42.03%였으며, 장남 조현식 고문과 차녀 조희원씨 지분은 29.54%였다. 공개매수가 성공했다면 49.89~56.86%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주식을 인수하지 않았다.

한국앤컴퍼니처럼 고려아연 또한 양측의 보유 지분이 많아 MBK파트너스가 장내에서 최소 7% 이상을 사들이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란 해석이 있다. 업계에서는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 모두 우호 지분 포함 지분율이 40%대라는 얘기도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 때처럼 공개매수로 원하는 수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예 매입 계획을 취소할 가능성이 아무래도 존재한다.

공교롭게 이번에 MBK파트너스와 대척점에 선 최윤범 회장이 조현범 회장과 친분이 돈독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고려아연 지분 0.7%를 들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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