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떠나 수원 사는 장애인, 강진 귀성 포기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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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에 사는 지체장애인 조봉현(65)씨는 6년 전 휠체어를 이용하고부터 고향인 전남 강진군 방문을 포기했다.
강진에는 기차역이 없어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 어떤 시외버스도 전동 휠체어를 태워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남에 도시 간 경계를 넘어 운행하는 광역 장애인 콜택시(광역콜)가 생기자 드디어 고향에 갈 방법이 생겼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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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에 사는 지체장애인 조봉현(65)씨는 6년 전 휠체어를 이용하고부터 고향인 전남 강진군 방문을 포기했다. 강진에는 기차역이 없어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 어떤 시외버스도 전동 휠체어를 태워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남에 도시 간 경계를 넘어 운행하는 광역 장애인 콜택시(광역콜)가 생기자 드디어 고향에 갈 방법이 생겼다고 믿었다. 케이티엑스(KTX)를 타고 전남 나주역에 내려 강진까지는 광역콜을 타면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았다. 광역콜 이용은 하루 전 예약을 해야 하는데, 예약 성공 확률이 극히 낮았다. 조씨는 “사실상 고향 방문을 포기했는데, 올해는 지인의 도움으로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향은 운이 좋아야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장애인의 ‘다른 도시로 이동할 권리’는 지하철·시내버스 등 도시 내 이동권에 견줘서도 한층 척박하다.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는 시외버스 노선은 ‘0개’다. 기차 내 휠체어석도 열차 전체에 4∼5자리뿐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임시 방편으로 도시 간 경계를 넘나드는 장애인 택시인 ‘광역콜’이 도입됐지만, 차량·인력 부족으로 무한대기를 해야 한다고 장애인들을 입을 모은다.
광역콜은 2022년 1월 교통약자법 개정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광역이동지원센터’가 설치되면서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애초 장애인 콜택시는 시·군 단위로 쪼개져 운영돼왔는데 이를 도 단위로 통합 운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존에 시·군이 운행하던 콜택시 일부를 떼어 관외 운행 차량으로 배차하는 식이라, 관내·관외 모두 차량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뇌병변장애인 최용락(62)씨도 “비행기 타는 것보다 광역콜 타는 게 더 힘들다”고 호소했다. 최씨는 앞서 이용한 사람이 장거리 광역콜을 이용하는 바람에 해당 차량이 구리로 돌아올 때까지 꼬박 6시간 동안 배차를 기다렸다고 했다. 구리시 전체에 운영되는 장애인 콜택시는 관내와 관외를 합쳐 22대 뿐이다.
오락가락한 광역콜 체계 또한 혼란을 키운다. 같은 구리시에 사는 하지마비 장애인 최명화(58)씨는 최근까지 아예 광역콜을 타지도 못했다. 최씨는 두 손으로 운전하는 ‘교통약자용 전동 스쿠터’를 타는데, 지난 7월부터 ‘전동 스쿠터에 탄 채로 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다’고 시의 지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서울 콜택시는 전동 스쿠터 탑승이 된다. 서울에 가려면 시 경계까지 전동 스쿠터를 타고 40분을 이동한 다음 서울 관내 콜을 불러야 한다”며 “결국 이동을 포기하고 구리시 안에서만 돌아다니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구리시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는 이달부터 다시 전동 스쿠터의 장애인 콜택시 탑승을 허용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교통약자들이 자유롭게 고속버스와 철도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 사이 이동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광역콜 인프라 또한 키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교통약자법의 바탕이 된 ‘장애인 등의 이동보장법률' 초안 작성에 참여한 배융호 한국환경건축연구원 이사는 “철도가 닿는 도시를 늘리고,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꾸면 자연히 광역콜 문제는 해결된다”며 “대중교통망 개선과 광역콜 증차 두 가지 모두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민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정책국장도 “장애인 콜택시는 대중교통 이동권이 확보되지 못한 현실의 보완 수단”이라며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리니, 그동안 콜택시 인프라를 확충해 이동권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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