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행정가로 돌아온 유재학 KBL경기본부장의 진심 “분명, 더 재미있는 프로농구가 될 겁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9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업무에 금방 익숙해지신 것 같습니다.
심판에 관련된 부분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습니다. 요즘엔 경기 분석팀과 영상을 보고 맞춰가는 과정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분석팀도 알아야 하니까 편집한 영상으로 보면서 ‘앞으로 이런 장면은 파울을 불지 않을거다’라든지 명확하게 기준을 설정해나가고 있습니다. 반대로 지난 시즌 영상을 보고 궁금하게 생각했던 장면에 대해서는 분석팀의 설명을 듣기도 하고요.
지도자로만 있다가 행정 일을 해보시니 어떤가요?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지도자와 지금 본부장의 일이 내용은 다르지만 농구 안에서의 일이니까 크게 차이가 있지는 않고요. 지도자 하면서 선수들이 열심히 안 하면 화나고 그런데 똑같아요. 심판들이 다들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기존에 하지 않던 서키트를 주 3회 하면서 힘들텐데 긴장도 하고 열심히 하고 잘 따라줘서 고마운 마음입니다.
선수들의 플레이, 경기에 대한 전략, 전술을 중점적으로 보다가 판정을 중점적으로 보는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이나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있으신지요.
어렵더라고요. 리더(주심), 트레일러(1부심), 슬롯(2부심)이 각자 움직이는 범위가 정해져 있는지 몰랐습니다. 심판들과 경기영상으로 보고 연습경기를 다니면서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위치,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심판들의 기량 차이가 거기서 딱 보입니다. 새로운걸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감독할 때 경기 분석 영상을 보면서 ‘지겹다’는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심판 분석 영상이 한참 더 긴데도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가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내가 감독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져있었구나’하는 생각도 합니다.
기존에 하던 것을 바꾸려고 하는거니까 심판들이 힘들겁니다. 같이 영상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거리 좁혀가고 있습니다. 감독할 때도 심판하고 주구장창 싸우지는 않습니다. 불만이 있을 때도 있지만, 판정에 대해 물어볼 때도 있는 것이고…. 똑같습니다. 영상을 보다가 짜증날 때가 있다가도 잘한 것은 잘했다고 이야기 하고 그럽니다. 최근에는 선임-후임 짝을 지어서 경기를 보도록 했어요. 상황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려가 하는지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선임들의 몫이죠. 그게 시간이 지나니까 후임들도 질문을 하게되고…. 심판들도 자연스럽게 서로 토론하는 분위기가 됐어요. 언론을 통해서도 제가 추구하는 명확한 방향을 알게 되니까 심판들이 말 안해도 다 알고 있습니다. 내 진심을 알아주고 거기에 빨리 융화되려고 노력하니 그 부분에서 더 우리 심판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KBL이 이런 일도 하는구나’라고 새삼 깨닫게 된 부분이 있을까요?
홍보팀이 같은 층(5층)을 쓰고 있으니까 그걸 보면서 ‘KBL 일도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5층에서 같이 일하는 인원들과는 그래도 가까워졌는데 총재님을 뵈러 6층에 올라가면 너무 조용해서 절에 온 느낌이 들어요. 구단에서 감독할 때 숙소 청소해주시는 분들, 밥을 해주시는 분들, 경비하시는 분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 마음이에요. 하지만 모든 인원과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겠더라고요.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입니다. 업무는 다르지만 서로 얘기하면서 웃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어요. 전체 회식이 한 번 있다는데 그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하드 콜을 강조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2014년 대표팀 감독으로 나간 월드컵(스페인)을 잊지 못합니다. 몸이 부딪칠 때마다 ‘퍽’하고 마치 권투하는 듯한 격렬한 소리가 들리는데 거기에서 느끼는 게 많았습니다. 그게 또 농구의 맛이고요. 농구는 규정 이내에서의 몸싸움을 허용하는 종목입니다. 몸싸움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죠. 정상적인 플레이에 콜을 불면 재미가 반감됩니다. 또한 농구는 스피드가 매력인 종목입니다. 잦은 휘슬은 흐름을 끊습니다. 재미없는 농구가 되는 것이죠. 최근 연습경기를 본 지인이 콜이 덜 불리니까 박진감 있고 너무 재밌었다더군요. 그런 말이 힘이 됩니다.
물론이죠. 시행착오가 무조건 있을 겁니다. 이해를 시키기 위해 각 구단들 돌면서 영상을 보며 바뀐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이고요. 선수건 심판이건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판정 미스가 있더라도 10개 구단에 똑같은 부분을 지적 받아야 합니다. 기준이 달라서는 안됩니다. 심판 개인 성향에 따라 판정의 간격이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명확한 콜 기준을 가지고 심판의 개인 성향, 기량 차이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중입니다. 잘못한게 있으면 그대로 욕먹고 수정을 해나가면 됩니다. 그렇게 할 것이고요. 이 부분 만큼은 임기동안 틀을 잡고자 합니다.
경기본부장 제안을 받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으셨는데, 취임 후 두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지금은 그 선택을 후회하시지는 않나요?
‘잘했다, 아니다’라는 생각 이전에 목표, 목적을 갖고 사는 느낌이 듭니다. 감독 은퇴를 한 이후에는 그런 것이 없이 살았는데 지금은 심판 시스템을 확고하게 갖추겠다는 목표가 있으니 ‘내가 살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제가 생각했던 것을 시스템으로 녹이려 하니까 속은 시원합니다. 하하.
마지막으로 농구 팬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요?
총재님이 강조하신 ‘팬 퍼스트’ 캐치프레이즈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들이 농구를 보며 즐거워할 수 있도록 빠르고 흐름이 끊이지 않는 경기 진행을 할 겁니다. 각자 응원 팀이 있으니 처음에는 ‘왜 파울이 불리지 않느냐’고 할겁니다. 그게 10팀 모두 똑같이 적용이 되면 팬들도 ‘이정도는 불지 않는구나’라고 인식하는 시기가 올겁니다.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 농구’에 대한 제 생각이 잘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분명히 더 재미있는 농구가 될겁니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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