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침해 범죄 척결에 진심…'살아있는 권력 수사' 미진

장우성 2024. 9.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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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2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한 검찰 간부는 "역대 총장 모두 민생침해 범죄 대응을 강조했지만 이원석 총장 만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총장 패싱' 논란까지 불거져 수사의 '공정한 외관'을 갖추는 데 차질을 빚었다.

이 총장은 임기말 야당에는 '검찰독재'라는 비난과 검사 탄핵 발의 등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고 여당에서도 "총장이 자기 정치를 한다" "야권 수사에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는 등 양 진영의 공격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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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하는 이원석 검찰총장 임기 2년 평가

이원석 검찰총장은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대검찰청사 추모공간 '기억의 벽'을 찾아 헌화했다./대검찰청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2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온전히 임기를 채운 9번째 총장이다. 직무대리 기간 4개월을 더하면 가장 오랜 시간 재임한 검찰총장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이었던 이원석 총장은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침체됐던 검찰 조직을 추슬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 직접수사권을 축소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시행을 앞두고 대부분의 수사권을 복원한 이른바 '검수원복' 시행령 제정을 주도했다.

문재인 정부 때 폐지된 '여의도 저승사자'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정식 직제화했으며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은 난국에서 컨트롤 타워인 대검 마약조직범죄부를 부활시켰다.

수사권 축소로 침체된 조직을 북돋기 위해 일선 검찰청을 직접 방문해 현장 검사들과 소통에 나선 것도 눈에 띈다. 이 총장은 취임 후 서울남부지검을 시작으로 지난 5월 춘천지검 원주지청까지 전국 67개청 중 49개청을 찾아갔다. 애초 목표였던 모든 일선청 방문은 이루지 못했지만 적어도 한달에 두 곳은 챙긴 셈이다. 창원지검 밀양지청, 춘천지검 영월지청 등은 개청 이래 처음으로 총장이 방문했다고 한다. 비부치지청(부장검사가 없는 소규모 지청)도 빼놓지 않았다. 역대 검찰총장 중 일선청을 가장 챙긴 총장으로도 평가된다.

특히 민생침해 범죄에 엄정 대응했다. 이 총장은 틈이 날 때마다 "검찰의 제1 과제는 ‘민생침해 범죄’에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한 검찰 간부는 "역대 총장 모두 민생침해 범죄 대응을 강조했지만 이원석 총장 만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에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 서울동부지검에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단 서울남부지검에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 등을 설치해 민생침해 범죄를 수사하도록 했다.

한 강력통 검사는 "이 총장이 추진한 마약특수본으로 범정부적이고 효과적인 수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가 사회 문제화되자 전국 60개 지방검찰청·지청에 99명의 전세사기 전담 검사를 지정해 보완수사부터 기소, 공소유지까지 책임지게 한 결과 최고 징역 15년 선고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대치동 학원가 마약음료, 강남 납치살인, 티몬·위메프 사태 등 국민적 불안을 야기하는 대형 사건에는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해 신속한 수사를 독려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1342 용기 한걸음센터'를 방문했다./대검찰청

다만 검찰 독립성의 바로미터인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서는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은 우여곡절 끝에 임기 내 처분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참모 전격 인사 등 대통령실과 불화설도 제기됐다. 이른바 '총장 패싱' 논란까지 불거져 수사의 '공정한 외관'을 갖추는 데 차질을 빚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수사지휘권 박탈이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총장이 더 적극적으로 지휘권 회복을 요구했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논란을 무릅쓰고서라도 이 총장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과감하게 진두 지휘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애초 법무부 장관의 수사 배제 지휘도 법률적으로 정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임기말 야당에는 '검찰독재'라는 비난과 검사 탄핵 발의 등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고 여당에서도 "총장이 자기 정치를 한다" "야권 수사에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는 등 양 진영의 공격 대상이 됐다. 이 총장은 "그것이 검찰의 숙명"이라는 말을 남겼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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