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으로 왔다 ‘반윤’으로 떠나는 검찰 수장

김혜리·강연주 기자 2024. 9.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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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퇴임 이원석 총장
출입기자들과 인사 이원석 검찰총장이 퇴임식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조태형 기자
윤 대통령 측근으로 발탁
명품백 수사 과정서 틀어져
추진력보다 신중한 스타일
주요 사건들 마무리 못해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사건을 매듭짓지 못하고 13일 퇴임식을 한다. 김 여사 사건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 사건 등 정치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사건들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 총장은 임기 내 주요 사건 수사 종결을 원했지만 그의 신중한 스타일 탓에 되레 수사가 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장은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직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임명돼 총장 대행을 하다 9월 총장에 임명됐다. 이 총장은 취임 초 ‘친윤’ 소리를 들었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조언을 구했던 인물로도 알려질 정도였다. 그는 2007년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 시절엔 삼성그룹 비자금 및 로비 의혹을 수사한 특별수사본부에 파견돼 대검 검찰연구관이던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2019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일할 땐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승진해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이 총장은 임기 2년을 보내며 ‘반윤’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수사가 결정적 계기였다. 이 총장은 7월 수사팀이 김 여사를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직후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지만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9일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행위에 대해 “대통령께서도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반윤’이라는 평가를 무릅쓰고 김 여사 사건 수사에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빈손으로 떠나게 됐다.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혐의를 받는 최재영 목사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결과까지 검토한 다음 김 여사 사건을 처분할 계획이다. 검찰 내에선 “임기 내에 진즉 처분해야 했는데 너무 늦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총장이 너무 신중론을 펼친 나머지 속도를 내지 못한 것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 사건도 그렇고 문 전 대통령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다른 사건들도 처리가 지연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정책 측면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는 억울하게 처벌받은 과거사 사건 피해자에 대해 비상상고·재심 등을 통한 명예회복에 힘썼다. 검찰이 납북귀환어부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대규모 직권재심을 청구하는 일도 있었다. 여성 정책에 대해서도 전임자들에 비해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 총장이 마무리 짓지 못한 주요 사건들은 후임자 몫으로 남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 총장의 후임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김혜리·강연주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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