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맞지만 탈퇴는 NO..'멤버리스크' 품은 아이돌의 무게 [Oh!쎈 초점]
[OSEN=김나연 기자] "우리 멤버들, 품어줘서 고맙고…", "사랑받을 자격이나 있을까…"
지난 2019년부터 연예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학폭 미투'의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전까지는 쉬쉬하고 넘겼던 연예인들의 학폭 과거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익명으로 폭로글을 올림으로써 공론화하는 것이 이제는 흔한 현상이 됐다. 최근에도 배우 안세하가 학폭 의혹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
이는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인물이 연예인으로서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확산된 것. 그렇기에 대부분의 스타들은 의혹이 제기되면 학폭을 전면 부인하고 폭로자와 진실공방을 이어간다. 학폭을 부인한다 한들 타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폭을 인정하는 순간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학폭을 인정한 뒤 탈퇴 없이 그룹 활동을 이어가는 아이돌 그룹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KBS2 '더 시즌즈 - 지코의 아티스트'에는 블락비 멤버들이 출연했다. '지코의 아티스트' 마지막 방송을 맞아 멤버 전원이 지원사격에 나서 특별한 엔딩을 장식한 것. 이날 약 7년만에 완전체로 방송에 출격한 블락비는 'Her', '닐리리맘보', 'Very Good'를 선보여 반가움을 자아냈다. 특히 박경은 학폭 논란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22년 피오의 군 복무 당시 '제28회 해병대군악대 정기연주회'에서 한 차례 완전체로 뭉쳤던 바 있지만, 방송에서 함께하는 것은 처음이다.
박경은 2020년 학폭 논란에 휩싸였다. 박경과 같은 중학교 동창이라는 A씨는 자신의 계정을 통해 "(박경은) 일진과 함꼐 학교 후문에서 약한 친구들의 돈과 소지품을 뺏곤 했다. 욕을 달고 살며 술, 담배는 기본이었다"는 내용의 폭로글을 올렸다. 이에 박경은 "모범생 같은 이미지가 싫고 주목을 받는 것도 좋아했던 저는 소위 말하는 노는 친구들이 멋있어 보였다. 그들과 같이 다니며 어울리고 싶었고 부끄러운 행동들을 함께 했다"며 "당시에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 그리고 현재까지도 저를 보면서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상처받으신 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고개 숙였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추가 폭로글이 올라왔고, 박경은 같은해 10월 조용히 현역으로 입대했다. 그는 2022년 만기 전역했지만 한동안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은 채 두문불출했다. 그러다 올해 7월, 쿨 유리가 피처링에 참여한 신곡 '알라릴라릴랄루'를 발매하고 4년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블락비 완전체로서 '지코의 아티스트'에 출연한 것. 박경은 "오늘 무대가 너무나도 감사하고 꿈꿔왔고 과분한 무대라고 생각을 하고 계속 준비를 했다"며 "우리 멤버들 너무나 고맙고, 품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는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다"고 눈물 흘렸다.
또 이날 방송에서 피오는 "저희가 내년에 컴백 한번 해보겠다. 기대 많이 해달라"라고 선언해 환호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를 접한 팬들은 크게 반가워 했다. 완전체로서 블락비의 신곡은 2018년 1월 발매된 미니 6집 리패키지 'Re:MONTAGE' 이후 약 7년만이기 때문. 다만 우려했던대로 일부 싸늘한 대중의 반응도 뒤따랐다. 방송 영상에도 "학폭한 멤버는 빼자", "블락비 무대 너무 좋았지만 학폭 가해자에게 이런 무대는 아닌 것 같다"는 댓글이 달렸다. 물의를 일으킨 멤버를 품어준 팀을 향해서도 실망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블락비에 앞서 스트레이 키즈 역시 학폭 멤버를 품었다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폭' 꼬리표가 팀을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있다. 지난 2021년 현진의 중학교 동창이라는 B씨는 익명의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현진으로부터 터무니없는 이유로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학년 말 겨울 쯤 제가 없던 학급 단톡방에 초대를 하더니 황현진을 비롯한 다수의 남학생이 저에게 폭언, 성희롱, 패드립을 했다. 뿐만아니라 SNS에 황현진을 선두로 저를 모욕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것을 친구의 캡처본을 통해 확인했다"라고 전하기도.
그 뒤로도 추가 폭로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고, 현진은 자필 사과문을 쓰고 "학창시절, 저의 잘못된 언행으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지금보다 더 부족했던 시절, 제가 했던 행동을 돌아보니 부끄럽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했다. 이어 현진은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했다. 자숙 기간동안 기부 및 봉사활동에 전념한 현진은 논란 4개월만인 같은해 6월, 디지털 싱글 'Mixtape : 애'에 참여했으며 8월 발매된 정규 2집 'NOEASY' 컴백 활동에 합류하며 복귀했다.
특히 현진은 이듬해 5월 열린 스트레이 키즈 두 번째 월드투어 '매니악' 서울 공연에서 "이렇게 사랑을 받는다는 게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사랑받을 자격이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도 (팬들이) 나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오열했다. 그는 "그런데도 사랑받는 걸 너무 좋아한다. 꾸준히 사랑받고 싶다. 그래서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기로 마음먹었다"며 "여러분에게 나라는 존재가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시간이 지나니 모든 것이 다 소중하더라. 팀도 그렇고, 다 같이 이렇게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좋았다"며 "(멤버들이) 넘어지지 않아 줘서 너무 고맙고, 같이 넘어지지 않아 준 스테이에게도 고맙다. 나를 생각하면 '사랑'이 떠오르도록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고 인사했다. 이를 들은 팬들은 현진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를 냈고, 멤버들 또한 현진의 주위로 모여 그를 꽉 안아주기도 했다.
아이돌 팬에게 있어 완전체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말 그대로 모든 멤버가 함께해야 완전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 때문에 멤버가 논란에 휩싸이더라도 대다수 그를 감싸려는 분위기가 보편화 돼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 팬들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다. 일반 대중에게 있어 서는 그저 '논란 연예인' 중 하나에 해당할 뿐이다. 그렇기에 학폭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한 멤버를 품고간다는 것은 '대중 가수'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최근들어서는 소속사들도 음주운전이나 사생활 논란과 같은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 멤버는 가차없이 탈퇴시키는 분위기다. 학폭에 있어서도 (여자)아이들 수진이 탈퇴한 사례가 있다. 그럼에도 단호히 끊어내기보다는 품고가는 것을 택한 팀에 대중이 유감을 표하는 것도 당연지사. 하물며 같은 팬덤 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강행한다 한들 온전한 영광을 누리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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