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엇박자·의료계 무시…추석전 어려워진 '여야의정'

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2024. 9. 1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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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여야의정 협의체 위해 의료계 전방위 설득
대부분 거부…"일부만으로라도 추석 전 띄우자" 주장
野 반대 "식물 협의체 무의미…이미지 정치만 골몰"
'2025년 증원' 두고 당정 '엇박자'까지…한덕수-한동훈 '설전'
의료계 "협의체, 믿을 수 있나"…野 "여권, 정리된 입장 필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이 '여·야·의·정 협의체'를 만들기 위해 의료계 단체들에 대한 전방위 설득에 나섰지만, 주요 주체인 전공의와 의대생, 일반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추석 전 출범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한동훈 대표는 참여 의향을 밝힌 일부 단체만으로라도 일단 협의체를 꾸려 "추석 전에 모이는 모습이라도 보이자"고 촉구했지만, 야당 측은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 참여가 없으면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라 이견차를 좁히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군다나 정부에서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선 절대 논의할 수 없다"며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의제 제한을 두지 말자'는 여당과는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당정 '불협화음'에 의료계에선 "협의체를 신뢰할 수 있겠나"란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일부라도 일단 출범"…野 "주요 단체 없으면 무의미"

류영주 기자

12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는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신속하게 출범해야 한다. 가능하면 추석 연휴 전에 모이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한다"며 "다 같이 정치적 생각은 버리고 협의체를 신속 출범시키자"고 촉구했다.

이어 "일단 출범시켜놓고 다른 의료단체들이 협의체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의힘은 여야의정 협의체에 어떤 전제조건도, 어떤 의제 제한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여당이 참여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힌 의료단체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두 곳 뿐이다. 다만 이마저도 보도 직후 전의교협은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반면 야당은 의료계를 대표할 수 있는 주요 단체의 참여가 없으면 '식물 협의체'가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오히려 한 대표가 '추석 전 출범'에 집착하는 것 같다며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보다는 '이미지 정치'에 몰두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일단 야당을 끌어들여서 '중재자 한동훈' 이미지를 명절 밥상에 올려놓고 싶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의료계를 압박하려는 것은 아닌가"라며 "한 대표가 언론 플레이를 세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이미지 정치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화와 타협을 이끌 근본 대책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3년간 의대 교수 1천명 증가 계획을 내놓은 것을 두고서도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얘기는 어디로 갔나"라며 "의료계를 자극하는 대책만 내놓는데 의료계가 협상 테이블에 나와 앉겠나"라고 꼬집었다.

현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의료계 내 대표적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전공의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점도 협의체 참여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소다. 박단 전공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임현택 의협회장과는 그 어떤 협상 테이블에도 함께 앉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덕수-한동훈 '설전'도…당정 '엇박자'에 의료계 "협의체 믿을 수 있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당 입장에서는 의료계와 야당 뿐만 아니라 정부도 설득해야 하는 처지다. 이날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추석 연휴 응급의료체계 특별 대책 방안을 논의하고 발표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논의'를 두고는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협의체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도 논의할 수 있는 의제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에서는 다시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대입 수시 모집 등이 시작됐기 때문에 현장의 혼선이 너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비공개 당정 협의회에서 한 총리가 "2025년 의대 정원 문제를 다시 논의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강경하게 나오자 한 대표가 "지금 상황이 한가한가"라고 쏘아붙였고, 한 총리는 "지금 상황은 정부가 관리 가능하다"고 다시 되받아쳤다고 한다.

다만 이날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이 라디오에서 2025학년도 의대증원 백지화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여야의정 협의체라는 대화의 장에서는 전제조건 없이 들어와서 자유롭게 내놓고 대화를 해보자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의사 출신이자 4선 중진인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1년 유예하자"며 한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지만, 의료계 일부 단체만으로라도 일단 협의체를 출범시키자는 주장에 대해선 "사실상 효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당정 '불협화음'을 두고 의료계에선 신뢰 문제를 지적했다고 한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위원장은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관련해 신뢰 문제가 거론됐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25년도 정원도 논의 가능하다고 우리당(민주당)도 얘기하고 한동훈 대표도 얘기하지만, 여당 내 추경호 원내대표랑 정부는 안 된다고 하니 '입장이 정리된 거냐', '믿을 수 있는거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국민의힘의 정리된 입장이나 정부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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