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농업 세대교체의 길

홍경진 기자 2024. 9. 13. 05: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농민은 언제까지 현역일까.

GS&J 인스티튜트가 2020년 농업총조사 자료를 이용해 추계한 결과 70세 이상 농가 경영주는 2030년 71만9370명으로 예상됐다.

농사 배경이 없는 젊은이들이 '농업할 결심'을 내린다 해도 곧 마주하는 건 규모화의 한계다.

농민에게 은퇴 나이가 정해진 바는 없지만, 자동차보험 사고의 보상기준으로 활용되는 농민의 법적 정년(가동연한) 등을 참고해 은퇴 기준을 정할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농민은 언제까지 현역일까. 몇해 전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국회의원을 할 때다. 인터뷰에서 그는 부친이 작고하기 직전까지 아흔이 넘도록 고된 농사를 지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최근 농민단체 관계자에게 ‘농업 세대교체’ 얘기를 꺼냈더니 회원들이 반기지 않아 의제로 삼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떤 이유든 농민은 나이가 들어도 농사를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GS&J 인스티튜트가 2020년 농업총조사 자료를 이용해 추계한 결과 70세 이상 농가 경영주는 2030년 71만9370명으로 예상됐다. 2020년 41만5981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고령농의 퇴로가 좁은 만큼 청년농의 진입로는 군데군데 막혀 있다. 농지는 한정돼 있으니 그 운동장의 양쪽 출입구를 넓혀야 선수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진입로 개척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은 창업농 육성에 초점이 있다. 2027년까지 3만명 확보를 목표로 청년창업농에게 월 최대 110만원씩 최장 3년을 무상 지원하는 영농정착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2018년 1600명을 모집하면서 처음 시작한 사업은 선발 인원이 2022년 2000명, 지난해 4000명, 올해 5000명으로 늘어나면서 수요가 바닥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 올 상반기엔 예정된 인원을 다 뽑지 못해 지역마다 추가 모집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농사 배경이 없는 젊은이들이 ‘농업할 결심’을 내린다 해도 곧 마주하는 건 규모화의 한계다. 이향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이 2022년 청년후계농 85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에서 독립창업농 480명의 평균 농지규모는 1.15㏊로 조사됐다. 자금·정보 등 여러 이유로 청년들의 농지 확보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창업농 3만명이 육성된다 해도 이들의 경작면적은 3만5000㏊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5000만 국민의 먹거리 생산을 맡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창업농 육성을 통한 농업혁신과 다양화는 필요하지만 농업의 대체 불가능한 사명은 식물(食物) 공급에 있다. 우리나라의 한정된 자원 조건에선 부모 등의 농사를 물려받는 승계농 정책을 활성화하는 게 선수의 확보·활용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매력적인 승계농 정책이 없다면 고령농이 소유한 농지 등 농업기반이 상속과정에서 분할·처분되면서 농업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비농민이 전체 농지의 절반 가까이를 갖고 있는 현실이 그 단면이다. 승계를 통한 규모화, 기술 이전의 장점을 살리려면 영농상속·증여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계획적인 영농 승계를 촉진하려면 증여에 의한 영농자산 이전이 가능하도록 증여 공제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

고령농이 거부감 없이 농지를 내주고 은퇴할 수 있도록 퇴로를 넓혀주는 조치도 필요하다. 농민에게 은퇴 나이가 정해진 바는 없지만, 자동차보험 사고의 보상기준으로 활용되는 농민의 법적 정년(가동연한) 등을 참고해 은퇴 기준을 정할 수 있다. 김 지사는 정부가 올해 도입한 ‘농지이양 은퇴직불제’에 충남도 자체 지원을 더해 고령농이 농지 1㏊(3000평)를 이양할 경우 최대 10년 동안 연간 830만∼11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의원 시절의 고민을 행정에 접목한 사례다. 길은 찾으면 있고 없으면 낼 수 있다. 농업의 미래산업화를 위한 포석으로 농민연금을 논의하는 것도 길이다. 마침 국민연금 개혁이 국정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홍경진 정경부장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