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커진 ‘공공형 계절근로제’ 참여 농협

외국인 근로자들 직접 채용
국민연금 가입 설득 어렵고
납부금 분담액 부담도 상당
예산 사용기준 현실과 괴리

공공계절근로자 사진. 이재효 기자

전남 곡성농협은 올해 처음으로 공공형 계절근로제에 참여해 2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5개월간 라오스 근로자 30명을 운용했다. 공공형 계절근로제는 지역·품목 농협이 외국인 근로자를 5∼8개월 단기 채용해 하루 단위로 농가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곡성농협은 벼 수확기에 제초 작업을 요청하는 농가가 많아 일부 근로자들의 계약 기간을 3개월 연장하고자 했지만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 편입 우려로 포기했다. 100인 이상 사업장이 되면 장애인 고용 부담금, 안전 기준 신설 등의 의무 사항이 생긴다.

김완술 곡성농협 조합장은 “농협의 기존 상시 근로자가 85명 정도인데, 외국인 근로자 계약 기간을 3개월 연장하면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편입된다”며 “장애인 고용 부담금이 수천만원에 달하는데, 공공형 계절근로제에서는 이를 예외 적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사업 3년차를 맞은 공공형 계절근로제에 참여하는 농협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채용하는 데 따른 각종 부대 비용과 법적 의무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 농협이 지난해 23곳에서 올해 70곳으로 대폭 늘면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 문제가 대표적이다. 공공형 계절근로에 참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농협에 채용돼 4대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근로자가 귀국할 때 납부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농협들이 근로자를 설득하는 데 애를 먹는다. 농협들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는 월 210만원 안팎의 임금을 받는데, 매월 근로자와 농협이 임금의 4.5%씩 약 10만원을 각각 납부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국민연금 요율을 13%까지 상향한다고 밝힌 터라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지역농협의 상무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당장 돌려받지 못하는 국민연금 가입에 수긍을 못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에 농협중앙회가 관계부처에 가입 면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가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예산 사용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 점도 제도 운용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예로 정부 지침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한차례 회식 비용을 1인당 8000원선으로 제시하고 있어 현실과 맞지 않고, 간식비 등의 예산 항목이 마땅찮다는 민원이 이어진다.

최준식 경북 경주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예산 약 1억원을 지원하지만 이를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 보전 용도로는 쓸 수 없게 돼 있고 예산 항목별 사용처 기준도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며 “식비 등 근로자 지원 예산은 정부가 더 탄력적으로 쓸 수 있게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