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가 하이브에서 따돌림? '직장내괴롭힘'법 적용할 수 있나
케이팝 아이돌 그룹 뉴진스 멤버들의 '작심 폭로'로 인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뉴진스가 의료기록·연습 영상 유출에 대한 사측의 책임을 물은 데 더해 기획사 하이브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자, 뉴진스의 한 팬은 고용노동부에 '직장내괴롭힘' 혐의에 따른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뉴진스가 제기한 문제들이 실제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지 법리적 쟁점을 추려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봤다.
'뉴진스 따돌림 의혹' 사건과 한 팬의 '직장내괴롭힘' 수사의뢰
'뉴진스 따돌림 의혹'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뉴진스 멤버 하니는 지난 11일 유튜브에 올린 '뉴진스가 하고 싶은 말' 영상에서 "얼마 전 하이브 건물 4층 메이크업을 받는 곳에서 다른 아이돌 멤버와 매니저를 마주친 적이 있는데 매니저님께서 제 앞에서 다 들릴 정도로 '(하니를) 무시해'라고 하셨다.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고 어이가 없다"며 "그런 일을 누구도 당하지 않으면 좋겠다. 다른 멤버들도 그런 일을 당할까 봐 무서울 수밖에 없다"고 폭로했다.
이어 "새로 오신 대표님한테 말씀드리긴 했는데 '저한테 증거가 없고 너무 늦었다'면서 넘어가려고 한 걸 보면, 저희를 지켜줄 사람이 없어졌다는 걸 느꼈다"며 "한순간에 약간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제가 직접 당했던 일인데도 제 잘못으로 넘기려 하시니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되고 무섭다"고 말했다.
다른 멤버 민지도 "상상도 못할 말과 태도를 당했는데, (무시하라는 말을 한 매니저가) 사과는커녕 잘못을 인정하시지도 않았다"며 "앞으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얼마나 더 일어날지 지켜주시는 사람도 없는데 은근히 따돌림을 받지 않을지 당연히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1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평소 뉴진스를 응원하는 팬으로서 어제 폭로 영상을 보고 울분을 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특히 '하이브 내 뉴진스 따돌림 의혹'은 실체적 진실이 규명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민신문고로 근로기준법 '전속 수사권'을 가진 고용노동부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근로기준법상 직장내괴롭힘의 정의인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인용하며, 뉴진스 멤버들에게 일어난 일이 노동부가 직장내괴롭힘 행위의 예시로 든 '따돌림 지시' 피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쟁점 ① : 뉴진스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인가
'뉴진스 따돌림 의혹'에 직장내괴롭힘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해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뉴진스 멤버들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인지다. 학계에서는 특히 미성년 아이돌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2010년대 이후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일본·프랑스 등에서는 연예인의 노동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가 정착됐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B 노무사는 12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직장내괴롭힘' 혐의 성립 요건의 대전제는 상시 근로자수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일 것"이라며 "하이브와 뉴진스 멤버들이 체결한 계약의 형식과 실질이 '근로계약'에 해당하지 않으면, 성립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직장내괴롭힘' 혐의는 성립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기획사와 연예인이나 아이돌은 '근로계약'이 아닌 '민법상 용역계약'에 가까운 관계를 갖는다. 아이돌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직접 따진 대법원 판례는 없다"며 "그나마 'KBS 방송연기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사건에서 대법원이 근로자성을 인정했지만, 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보다 광의의 개념"이라고 부연했다.
뉴진스 멤버들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볼 경우 하니가 들은 '무시해' 발언에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할 가능성을 떠올려볼 수 있지만, 이 역시 성립 가능성은 높지 않다. C 변호사는 "형법상 모욕은 보통 욕설 등을 뜻한다. '무시해'라는 말을 모욕죄로 의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쟁점 ② : 뉴진스를 근기법상 노동자로 가정하면 따져볼 것들
만약 뉴진스 멤버를 노동자로 가정하거나, 뉴진스 멤버들이 겪은 일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에게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직장내괴롭힘의 다른 법적 성립 요건을 따져볼 수 있다.
먼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가졌는지를 봐야 한다. '무시해' 발언을 한 타 그룹 매니저가 뉴진스 멤버에게 '지위의 우위'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관계의 우위'는 수적 측면(개인·집단 등), 인적 속성(연령, 학벌, 성별 등), 직장 내 영향력 등 모든 관계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 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뉴진스 멤버들에게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모두 가진 이로 볼 수 있는데, 뉴진스 멤버들의 부모들이 '방 의장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음으로는 가해자의 행위가 '업무와 관련이 있고 적정범위를 넘어선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이를 판단할 때는 행위의 강도와 지속성이 함께 고려된다. 하니가 '무시해'라는 말을 한 번 들었다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다른 사정이 더 드러나 회사 내에서 뉴진스에 대한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따돌림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면 성립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 참고로 뉴진스 멤버들은 '영상에서 말하지 못하는 일들이 더 있었다'고 말했다.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관련해서도 입증이 필요하다. B 노무사는 "하니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분명하나 정신적 고통으로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지는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며 "통상 정신과 진료에 따른 우울장애 등이 발생한 경우를 정신적 고통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의료기록 유출은 위법행위
전날 영상에서 민지·해린 등은 모기업 하이브 측의 의료 기록 유출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얼마 전에 저희의 연습생 시절 영상과 의료기록 같은 사적 기록이 공개됐다. 그걸 처음에 보고 정말 놀랐다. 저희를 보호해야 하는 회사에서 이런 자료를 관리 못하고 유출시켰다는 게 정말 이해가 안 됐다"며 "부모님과, 그리고 민(희진) 대표님과 함께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하이브는 해결해주지 않았고 또 적극적인 조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C 변호사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하지만, 타인의 의료기록을 유출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의료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에 해당한다. 당자사 동의 없이 이를 유출하면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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