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벼값 약세…농가 깊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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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끝나고 10월이면 중만생종 쌀이 쏟아질 텐데 그때 가격이 더 떨어질까 봐 걱정입니다."
전남을 중심으로 추석 시장을 겨냥해 재배한 조벼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형성돼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전남지역 추석 햅쌀용 조벼 평균 매입 가격은 지난해 6만7400원에서 올해 5만8100원으로 14%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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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보다 10% 안팎 떨어져
구곡 재고 부담·소비부진 원인
농사 면적 줄여도 되레 값하락
중만생종 가격 형성 찬물 우려
“추석이 끝나고 10월이면 중만생종 쌀이 쏟아질 텐데 그때 가격이 더 떨어질까 봐 걱정입니다.”
전남을 중심으로 추석 시장을 겨냥해 재배한 조벼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형성돼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농가와 농협은 조벼값 하락이 10월 출하 예정인 중만생종 벼의 가격 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농협들의 추석용 조벼 매입이 마무리된 가운데 전남 고흥에서는 최근 조벼 40㎏들이 한가마가 5만5000원 안팎으로 거래되고 있다. 가격이 가장 높은 출하 초기에도 6만2000원선에서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추석 연휴 직전)보다 1만원가량 낮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전남지역 추석 햅쌀용 조벼 평균 매입 가격은 지난해 6만7400원에서 올해 5만8100원으로 14%나 떨어졌다. 주요 산지별로 보면 신안이 6만5000원에서 5만1000원으로, 고흥이 7만3000원에서 5만9000원으로, 순천이 7만1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하락했다.
가격 하락은 지난해산 쌀 재고 부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구곡 재고가 많아 산지 상인들이 구곡 판매에 집중하면서 햅쌀 수요가 예년만큼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고 부담으로 지난해산 쌀값이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조벼 가격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산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손용철 고흥 흥양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장장은 “각 지역농협이 여전히 구곡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다”면서 “쌀 소비감소 때문인데, 그 여파가 햅쌀에까지 미쳐서 조벼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8월말 기준 전남지역 구곡 재고 물량은 8만7000t이다.
심지어 올해 조벼 재배면적이 크게 줄었는데도 가격이 하락해 농가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농기원에 따르면 올해 전남지역 조벼 재배면적은 3474㏊로 지난해 5380㏊의 64% 수준이었다.
윤재훈 순천농협 RPC 장장은 “올해 조벼 매입량이 240t으로 지난해보다 50t 정도 줄었다”면서 “재배면적이 줄었는데도 가격이 안 좋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순천의 한 벼 재배농가는 “주변 농가들이 조벼 재배를 줄이길래 물량이 줄면 가격이 괜찮게 형성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오히려 떨어졌다”면서 “소비가 정말 안되고 있다는 뜻일 텐데 앞으로 어떻게 쌀농사를 짓고 살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농가와 농협은 조벼 가격이 10월 이후 수확기 쌀값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한다.
고흥군 포두면에서 쌀농사를 짓는 김중권씨(62)는“인건비·약재비 등 모든 원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쌀값만 떨어지니 농가가 감당해야 하는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농민들은 풍년이 들어도 기쁘지 않고 흉년이 들어도 힘드니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조성문 흥양농협 조합장은 “이대로라면 쌀값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중만생종 벼 매입 가격 결정에도 고심이 크다”며 “쌀값 안정을 위해 산지 조사를 철저히 해 수확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달 조기 격리 이후에도 추가 격리를 꾸준히 해야 가격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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