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 밑그림 나왔다
수입안정보험 품목 15개로 확대
기준가격따라 세가지 상품 도입
보장 수준별 보험료 차등 지원
직불금 인상·지급요건 개선도
농정당국이 구상하는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의 윤곽이 11일 공개됐다. 핵심 축인 농업수입안정보험은 대상 품목이 올해 9개에서 내년 15개로 확대될 뿐 아니라 상품 유형도 기준가격 설정에 따라 세가지로 다양화된다. 공익직불제는 농외소득 기준(연 3700만원 미만) 등 지급요건을 개선해 농가 수혜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윤원습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관은 이날 열린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같은 계획을 설명했다. 토론회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최했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관했다. 윤 정책관은 공익직불제가 농가소득의 밑바탕이 되고 재해나 가격 하락 등의 경영위험은 정책보험으로 보장한다는 정부의 종전 방침을 재확인한 뒤 구체적인 사업 운용 방향을 설명했는데, 특히 수입안정보험에 이목이 집중됐다.
수입안정보험은 2015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되다 최근 정부의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의 핵심 수단으로 낙점되면서 몸값을 키웠다. 내년 정부 예산안엔 올해(81억원)보다 대폭 증액된 2078억원이 반영됐다. 이에 따라 대상 품목이 올해 9개에서 내년에 벼를 포함한 15개 품목으로 늘어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수입안정보험은 개별 농가의 수입을 일일이 파악하지 않고 농가의 특정 품목 생산량만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도매시장 가격 등 품목별 대표가격에 농가의 생산량을 곱한 값을 농가수입으로 보는 것이다. 생산량은 농가가 사전에 신고한 뒤 보험사가 사후 검증하는 식으로 확인한다.
기준가격 문제는 보험상품 다양화로 대응한다. 내년에 세가지 상품을 도입하는데, 첫번째는 현행 ‘과거수입형’이다. 과거 5개년 평균가격을 기준가격으로 두고 당해 가격이 기준가격 대비 60∼85% 하락하면 차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A품목의 최근 5년간 도매시장 평균가격이 1㎏당 600원이고, B농가가 5년간 평균 2만㎏을 생산했다고 할 때 기준수입은 1200만원이다. 올해 가격이 10% 오른 반면 생산량이 30% 떨어졌다고 가정할 경우 실제 수입은 924만원으로 줄어든다. 농가가 기준가격의 80%까지 보장하는 상품에 가입했다면 자기부담금 240만원을 제외한 36만원을 보험금으로 받는다.
두번째는 ‘기대수입형’이다. 당해 가격이 높을 때 이를 기준가격에 반영하는 상품이다. 앞서 B농가가 기대수입형 상품에 가입했다면 기준수입은 가격 상승분 10%를 반영해 1320만원이 되고, 농가는 여기서 자기부담금 20%(264만원)를 제외한 132만원을 받게 된다.
세번째는 ‘실수입형’으로 농가의 실제 수취가격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농식품부는 마늘·양파 등 일부 품목의 계약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실제 계약한 가격을 적용해 상품을 운용해보고, 추후 확대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제는 농가의 책임 강화다. 농식품부는 손해율에 따라 할인·할증을 통해 보험료율을 차등화하고, 보장 수준별로 보험료를 차등 지원하되 일정액은 농가가 반드시 자부담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농작물 적정 생산을 위해 보험료 지원면적 한도를 설정하고, 수급 정책에 참여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기준수입의 85%까지 보장하는 고보장 상품 가입을 허용한다.
공익직불금은 당장 내년에 기본형 공익직불금 중 면적직불금 단가를 5% 인상하는 데서 더 나아가 연간 농외소득이 3700만원 이상이면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등의 과도한 지급요건을 개선한다. 선택직불제도 다양화한다. 저탄소 프로그램은 2026년 본사업화를 검토하고 경관보전직불제는 현행 경관작물 재배뿐 아니라 지역별 자연·문화유산 보전 관리활동도 지원한다.
농식품부는 이번 구상이 실현되면 농가가 수입 감소분의 85.8%+a(선택직불금)를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는 65%+a 수준에서 보장된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을 꼼꼼히 설계했다면서도 시행단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장은 “정부가 물가 관리 차원에서 할당관세 등을 추진하면서 기준가격이 되는 시장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게 문제”라면서 “농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가격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민들이 다양한 보험상품을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설명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병일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수입안정보험이 소득 보전 효과를 내려면 충분한 예산 순증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반드시 일정 예산을 확보하도록 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보험료 지원에 따른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문제, 민간 보험 운용사의 리스크를 덜어줄 재보험 설계방안 등에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농식품부는 추석 이후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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