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서 집단 성폭행 "현실 같은 공포"…처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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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은 물리적 공간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실제 성폭력에 버금가는 수준의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는 디지털 성폭력의 현황과 처벌 가능성, 이에 필요한 사회적 논의를 짚어본다.
가상현실에서 벌어지는 성범죄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처벌은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
현재 가상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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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성폭력은 물리적 공간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가상공간에서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언어 성희롱부터 실존 인물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음란물까지 다양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범죄일지, 어떤 처벌이 적당할지 아직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지 않았다. 실제 성폭력에 버금가는 수준의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는 디지털 성폭력의 현황과 처벌 가능성, 이에 필요한 사회적 논의를 짚어본다.
#1 2021년 12월 메타의 자회사가 개발한 가상현실(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에서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 가상 캐릭터 3명이 40대 여성의 캐릭터를 둘러싼 뒤 가슴을 만지고 몸을 눌렀다. 피해 여성은 "남성들이 음성 채팅으로 '싫어하는 척 하지말라'며 소리쳤다. 현실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악몽이었다"고 했다.
#2 지난 1월 영국에서는 한 10대 소녀가 가상현실(VR) 장비를 착용하고 몰입형 게임을 하던 중 여러 남성 캐릭터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이 소녀는 현실에서 성폭행 당한 것과 유사한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전문가에 따르면 성범죄가 가상 공간에서 벌어지지만 경험은 실제적이어서 정신적 피해가 실제와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가상현실에서 벌어지는 성범죄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처벌은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 현재 가상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다만 온라인에서 음성으로 된 대화나 문자채팅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준 경우 성폭력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로 처벌받을 수 있다. 법조인들은 메타버스내 성추행도 적용 가능하다고 본다. 또 성적 목적이 없는 경우에도 모욕이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에 과거 일부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가상현실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도 처벌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6월 '사람의 인격을 표상하는 캐릭터에 대한 성적 언동'을 처벌하는 규정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21대 국회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가상 현실의 주 이용자인 만큼 보호가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다만 법조계는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에서 물리적 실체가 없는 아바타 간에 이뤄지는 문제가 있는 행위를 단죄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성적 발언 또는 성적 접촉이 가상으로 일어났을 때 (이용자들이) 불쾌감을 느끼지만 성폭력으로 처벌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있다"며 "형사처벌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범죄인지는 좀더 고민해 봐야 하는 영역"이라고 했다.
양태영 법무법인 시우 변호사는 "모든 것을 형사처벌로 해결하기보다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변호사는 "형사상 처벌되지 않는 행위라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는 불법행위로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며 "가상 세계에서의 괴롭힘에 대한 손해배상을 폭넓게 인용하는 판결들이 생긴다면 처벌로 다스리지 않더라도 이를 억제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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