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 특별한 자서전 쓴 보통사람들[작은 도서관에 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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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해방둥이로 태어나서 손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어떻게 고난을 극복해 왔는지."
등단 작가로 박 씨의 자서전 작성을 지도한 임미옥 강사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진짜 삶'의 이야기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은세계작은도서관에 출강하며 34명의 자서전 출간을 도운 임 강사는 "두서가 없더라도 일단 쓰라고 조언한다"며 "처음엔 카톡 메시지도 길게 못 쓰던 분들이 2, 3년 꾸준히 배우면 자기만의 자서전을 써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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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책 펴내기’ 수업 인기 강좌로
40대부터 80대까지 글 쓰며 소통
“손자에 고난 극복 얘기 들려주고파”
3일 충북 청주시 은세계작은도서관. 매주 화요일 진행되는 ‘1인 1책 펴내기’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수업에선 수강생 박영순 씨(79)의 자서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1945년생 ‘해방둥이’인 그는 지난해 인생 첫 자서전 ‘그리움이 닿는 곳’(일광)을 펴냈다. 이 책엔 6·25전쟁으로 피란할 당시 집에서 키우던 백구와의 이별, 3개월 만에 돌아온 집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파괴된 이야기 등이 담겼다.
가족끼리 조촐한 출간기념회도 열었다는 박 씨는 “시숙이 ‘제수씨 책을 보고 눈물이 났다’고 하더라”며 미소 지었다. 등단 작가로 박 씨의 자서전 작성을 지도한 임미옥 강사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진짜 삶’의 이야기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고령 수강생 이명욱 씨(81)는 자서전 ‘사랑이었나’(일광)에 남편과 연애 시절의 알콩달콩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당시 남편의 애칭이 ‘승우 오빠’였다고. 이 씨는 “그 얘기를 여든 넘어서 책에 쓴 이후로 집에서 남편을 ‘승우 오빠’라고 부른다. 맨날 폭소가 터지니 집 안에 활기가 돈다”고 했다.
이날 수업은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과 KB국민은행이 후원하는 은세계작은도서관의 인기 강좌다. 수강생 13명은 40대 젊은 엄마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로 구성돼 있다. 남녀 비율은 4 대 9. 세대도 다르고 문체도 서로 다르지만 ‘글동무’로서 깊이 소통한다.
수강생들은 매주 2쪽씩 글을 써서 강사에게 이메일로 보낸다. 이를 13부씩 출력해 나눠 읽고 수업시간에 토론한다. 2017년부터 은세계작은도서관에 출강하며 34명의 자서전 출간을 도운 임 강사는 “두서가 없더라도 일단 쓰라고 조언한다”며 “처음엔 카톡 메시지도 길게 못 쓰던 분들이 2, 3년 꾸준히 배우면 자기만의 자서전을 써낸다”고 했다. 청주시에서 출판비로 인당 50만 원을 지원하고, 여기에 사비 100만 원을 보태 초판(200권)을 찍는다. 시판되는 책은 아니지만 여러 기관에서 찾는단다. 이 씨의 자서전은 초판에 이어 최근 재판(200권)도 찍었다.
2013년 청주가경노인복지관 안에 들어선 은세계작은도서관은 연면적 107㎡ 규모로 6893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강생들은 “문학이라는 평생 친구가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김선희 씨는 2018년부터 7년째 수업을 듣고 있다. 40년 넘게 교직에 몸담고 퇴직한 김재범 씨는 지난해 자서전을 완성한 데 이어 요즘은 수필집 쓰기에 도전하고 있다. 김 씨는 “한번 문학의 길로 접어들면 평생 공부가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청주=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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