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나 후원사, 尹관저 공사 무자격 업체에 맡겨… 준공검사 안해”

고도예 기자 2024. 9.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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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대통령실 이전’ 관련 보고서
공사 계약 하기도 전에 먼저 착수… 비서관 “현정부 밀접한 분이 추천”
하도급 18개 업체중 15개 ‘무자격’… 도면 등 자료제출도 제대로 안해
21개월만에 감사 발표… ‘주의’ 그쳐
2022년 4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관저로 확정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외교부 장관 공관 모습.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해당 업체를 추천한 분들이 현 정부와 밀접한 분들이었다. 그분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업체의 보안 유지 가능성을 판단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집무실과 대통령 관저 이전 업무를 총괄했던 김오진 전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59)은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주식회사 ‘21그램’이란 영세업체에 맡긴 경위를 감사원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부에서 검토를 거쳐 선정했다면서도 업체를 추천한 분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21그램을 둘러싼 의혹은 감사원이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는 단초가 됐다. 2021년 영업이익이 1억5000만 원인 영세업체가 관저 공사를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따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업체가 과거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전시회에 후원사로 이름을 올린 만큼 김 여사와 인연이 있는 업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였다.

● 21그램 하도급 맡긴 업체 18곳 중 15곳 ‘무자격’

감사원은 12일 특혜 의혹이 불거진 업체들의 선정 경위를 포함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과 관저가 최고 등급 보안시설인 만큼 대통령비서실 등이 특정 업체를 콕 집어 공사를 맡긴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고 봤지만, 공사 과정에서 업체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 각종 불법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관저 준공 과정에서) 비서실은 실제 공사 내역을 정확히 반영하는 준공 도면 등을 제출받지 않아 법령상 절차에 따른 준공검사가 가능하지 않게 되는 등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22년 12월 참여연대 청구로 감사에 착수한 뒤 1년 9개월(638일) 만인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김 전 비서관은 2022년 4월 인수위에 있을 당시 복수의 인물로부터 21그램을 추천받아 시공 실적과 자격을 확인했다고 감사원에 주장했다. 김 전 비서관은 이 업체와 계약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공사에 착수하라고 했다. 김 전 비서관은 착공 후 21그램이 실내건축업 면허만 갖고 있기 때문에 증축 공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인수위 측은 업체를 직접 정하지 않고 21그램에 마땅한 업체를 섭외해 달라고 했다.

21그램은 직접 할 수 없는 증축 공사나 구조 보강 공사 같은 일감을 18개 하도급 업체에 맡겼는데 이 중 15곳(83.3%)이 무자격 업체였다. 일감을 맡길 때 대통령비서실 승인을 받지도 않았다. 21그램이 무자격 업체에 일감을 맡긴 것은 법 위반이고, 대통령비서실도 감독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21그램 측은 감사원에서 “중요한 건 빠른 시공이라 생각했고 공사 업체의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김 전 비서관에 대해 “공사 업체에 대한 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인사 자료를 남겨 두라고 대통령실에 통보했고, 대통령비서실에도 기관 주의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국토교통부 차관을 지낸 뒤 퇴직한 김 전 비서관을 징계할 수 없기에 추후 공직 인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라고 한 것이다.

● 경호처 간부·브로커 결탁으로 15억 국고 손실

이와 함께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에 들어가는 방탄창호(새시) 공사를 담당했던 대통령경호처 부장급 간부 A 씨가 과거부터 알고 지낸 브로커에게 공사를 맡겼고, 브로커가 공사비를 15억여 원 부풀린 사실을 묵인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호처와 행정안전부는 집무실과 관저에 20억여 원을 들여 방탄창호를 설치하는 계약을 B사와 체결했다. 제작비는 1억3000만 원에 불과했다. 브로커가 세운 페이퍼 컴퍼니가 B사에 방탄창호를 17억 원에 납품하기로 했고, B사가 경호처에 20억 원에 납품하기로 한 것. 감사원은 이 브로커가 받은 돈에서 제작비를 뺀 15억여 원만큼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브로커에게 경호처가 이용할 시설 공사비를 대신 내라고도 요구했다. A 씨는 관저 공사에 참여한 업체 대표 C 씨에게는 경호처 퇴직 직원이 가진 강원도 땅을 시세보다 4000만 원이나 비싼 값에 사달라고 했고, C 씨는 땅을 사들였다. 감사원은 대통령실에 A 씨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다.

참여연대 측이 책임자 형사 고발 등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검찰 등의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졸속 이전에 감사원이 맹탕 감사, 봐주기 감사로 화답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특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가안보와 직결된 고도의 보안시설 공사의 경우 법률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며 역대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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