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국가적 관점에서의 플랫폼 전략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에서 압도적 독점력을 가진 지배적 플랫폼이 반경쟁행위를 한 경우 사후적으로 이를 추정하고 과징금을 상향하는 방안과 피해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중지명령을 내리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올해 초 플랫폼법 제정을 통해 지배적 플랫폼기업을 사전지정하려던 방향에서 이제는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에 대해 사후추정해 처벌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거치면서 현실적인 플랫폼 규제를 추진하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과연 이런 플랫폼 규제 접근방식이 이 시대에 효과적인 전략일까.
지난 8월 대만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인터넷거버넌스포럼(Asia Pacific Regional Internet Governance Forum·APrIGF)이 열렸다. 이 포럼은 인터넷분야의 전문가들이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과 사회적 혁신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플랫폼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자리잡으며 다양한 산업에 큰 변화를 촉발하는 가운데 플랫폼이 지켜야 할 책임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허위정보의 유포를 방지하는 의무는 플랫폼의 중요한 책임 중 하나로 이는 이용자와 사회의 신뢰 및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에 필수요소라는 점이 강조됐다.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 관리체계 구축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지역별 플랫폼 규제현황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구글, 메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의 책임을 강조하는 조치를 검토했다. 한편 미국은 여전히 중개자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자유를 부여하며 이용자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중개자에게 부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특정 신뢰문제에 대한 수사권을 인정하고 안보 관점에서 틱톡 등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응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인터넷 도입 초기부터 관리체계 전략을 통해 사이버공간 내 국가주권을 확보하고 해외 플랫폼의 진입을 차단해 자국 사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학계에서는 이 현상을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State Platform Capitalism)라고 지칭한다. 이는 미중 무역갈등과 팬데믹을 거치며 나타난 경제적 혼란과 지정학적 긴장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가 디지털경제에 직접 개입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양상을 의미한다. 또한 글로벌화에 반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이는 무역보호주의, 이민제한, 해외투자 규제 등으로 구체화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과 의존성을 줄이고 자국의 경제적 자립성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플랫폼이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플랫폼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은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즉 플랫폼은 스타트업과 함께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소비자의 변화를 반영하며 신기술에 대한 반응을 평가하게 된다. 강력한 규제가 시행될 경우 플랫폼은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려워져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시도하는데 소극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획일적인 법적 규제보다 다중 이해관계자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혁신을 위한 실험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잠재적 위험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은 다중 이해관계자 관리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간과하고 플랫폼의 책임을 명확히 하며 사회적 혁신을 촉진하기보다 단기적인 규제마련에 집중한다. EU, 미국, 중국이 자국 플랫폼 보호를 통해 경제적 주권을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플랫폼산업에 대한 국가적 전략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은 우려가 들 수밖에 없다.(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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