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벗어나 ‘뉴 원전’… 8년 만에 새로 짓는다
文정부 때 백지화됐지만 부활
경북 울진에 2033년 완공 계획
尹 “한미 원전 동맹 구축 가능”
발전소 허가를 받고도 문재인 정부에서 건설 허가를 안 내주며 무산돼 ‘탈원전의 상징’으로 불리던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가 건설 허가를 받고, 착공에 들어간다. 국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허가가 나기는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6월 신고리 5·6호기(새울 3·4호기) 이후 8년 3개월 만이다. ‘탈원전 정책 폐기’를 내걸고 당선된 윤석열 정부가 2년여의 시간을 거치며 ‘뉴(new) 원전’을 발표한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2일 제200회 회의를 열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비 11조7000억원) 허가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건설 허가가 승인됨에 따라 한수원은 13일 기초 굴착 공사를 시작한다.
또 이날 대통령실은 지난 7월 한수원이 신규 원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및 우리나라와 오랜 시간 원전 협력 관계를 맺어온 미국과 원전 동맹 구축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체코와 원전 동맹 등 전방위 협력 관계를 맺는다”며 “한미 또한 앞으로 글로벌 원전 동맹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정부 탈원전으로 고사 직전까지 갔던 원전 생태계가 안팎의 희소식에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경북 울진에 있는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 2월 정부에서 발전 사업 허가를 받으며 사업을 진행했지만, 그해 5월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계획인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며 좌초됐다. 당시 부지 매입과 설비 제작 등에 모두 7300억원 정도가 투입된 상태였지만, 한수원은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그해 12월 제8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을 백지화해 탈원전 대못을 박았다.
당초 2022~2023년 가동을 목표로 했던 신한울 3·4호기는 탈원전 정책으로 일정이 밀려 3호기는 2032년, 4호기는 2033년에 상업 운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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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4호기가 건설 허가라는 큰 고비를 넘기면서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이 다시 한번 구체적인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 초안을 내놓은 11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서 박근혜 정부 이후 9년 만에 다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문재인 정부가 취소한 원전을 사실상 모두 되살렸다는 것이다.
◇속도 내는 ‘탈탈원전’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당시 밀리고, 사라졌던 각종 원전 건설을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출범 직후인 2022년 7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통해 ‘탈탈원전’을 공식화한 현 정부는 그해 12월에는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멈춰 서 있던 한빛 4호기를 다시 가동하며 ‘원전 시계’를 제대로 돌리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10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신한울 3·4호기를 다시 포함하며 절차적인 문제를 해결했고, 설계 연한이 끝나면 멈추기로 했던 원전 10기에 대해서도 허가를 다시 주기로 했다. 작년 12월에는 한수원이 두산에너빌리티와 신한울 3·4호기 주설비공사 계약을 맺으며 착공에 앞서 3조원 규모 일감을 원전 업계에 공급했다.
국내에서 탈탈원전이 속도를 내자 해외에서도 낭보가 잇따랐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하면서도 해외에는 원전을 수출하겠다던 과거와는 달리 정책 방향이 바뀌자 해외에서도 K원전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특히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AI(인공지능)발 전력 수요 증가로 각국이 원전을 중심으로 발전 능력 확대에 나서면서 K원전의 몸값은 높아졌다.
2022년 10월 한수원은 폴란드와 한국형 원전 건설을 위한 협력 의향서를 맺었고, 작년 6월에는 2600억원 규모 루마니아 삼중수소 제거 설비 건설 사업을 따냈다. 올해 7월에는 체코에서 24조원 규모 신규 원전 우선 협상 대상자에도 선정됐다.
◇가동 연한 연장도 힘써야
아직 갈 길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 생태계를 되살리고, 원전 산업이 재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계속운전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신규 원전 계획도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계속 운전 허가를 위한 서류 작성과 신청 등이 올스톱되면서 당시 ‘노후 원전’이라는 딱지를 붙였던 원전 10기는 줄줄이 멈춰 설 운명이다. 지난해 4월 최초 운전 허가가 만료된 고리 2호기가 1년 5개월 동안 가동을 멈추고 있는 데 이어 이달 말이면 고리 3호기도 허가가 없어 발전을 중단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 7월 말 운전 허가가 각각 6년, 9년 남은 코만치 피크 1·2호기에 대해 추가 20년을 더 운전할 수 있도록 허가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계획대로면 고리 2호기는 2년 2개월, 고리 3호기는 1년 9개월, 한빛 1호기는 1년 6개월 등 다수 원전이 허가 문제로 돌리지 못할 위기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신규 원전 허가나 가동 연한 연장 심사 모두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제11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서 부지와 준공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 없이 대형 원전 3기와 SMR(소형 모듈 원전) 1기를 2038년까지 짓겠다고 밝힌 것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지 선정과 주민 설득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업 일정이 한없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센터, 반도체 공장 등 전기 소비가 많은 산업 단지 인근에 짓는 SMR에 대한 관심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약속한 상황에서 폭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고 송배전망 건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SMR 분야 연구 개발과 상용화에 대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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