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판결] 북송 재일교포에 대한 北 인권침해 첫 인정

박혜연 기자 2024. 9. 1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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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사상 최초 배상 판결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거짓 선전에 속아 북한에 갔다가 탈출한 재일 교포들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북송(北送) 재일 교포에 대한 북한의 인권침해 사실을 우리나라 법원이 최초로 인정한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21단독 염우영 판사는 북송재일교포협회 이태경 대표 등 탈북민 5명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북한 정부에 “원고 1명당 1억원씩 지급하라”고 했다.

재일 교포인 이들은 1960년대 북송 사업에 따라 일본에서 북한으로 끌려가 수십년간 인권침해를 당했다. 북송 사업이란 1959~1984년 북한이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를 동원해 거짓 선전으로 약 9만3340명의 재일 교포를 입북시킨 사건이다. 이들은 북한에서 적대 계층으로 분류돼 강제 노동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한다. 이 중 500여 명은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이후에 탈북해 한국과 일본 등에서 살고 있다.

1990~2000년대 탈북한 이씨 등 5명은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거짓 선전에 입국했다가 억류돼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지난 3월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당초 사상 처음으로 소(訴)장의 송달 주소를 ‘뉴욕 소재 북한 유엔 대표부’로 지정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실제 북한 유엔 대표부에 소장이 전달되지 못했고, 공시송달(법원 홈페이지 등에 올려 2주가 지나면 전달된 것으로 간주)로 재판이 진행됐다. 염 판사는 이날 “한국의 민사소송법에 따라 북한 정부를 국내 법인으로 간주해 재판을 진행했다”고 했다. 북한 정부는 조직을 갖춰 대표자도 있으므로 법인에 준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고 직후 이씨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북한에 남아 있는 재일 교포들도 북한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소송을 대리한 북한인권정보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북한에서 실제 위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남북 경협 과정에서 북한 당국에 미지급된 자금이 있는지 확인해 있다면 압류, 추심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 했다.

한편 일본에서도 북송 재일 교포들의 비슷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일본에 사는 가와사키 에이코 등 재일 교포 5명은 2018년 북한 정부를 상대로 총 5억원(약 5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북한에서 발생한 억류와 관련한 재판 관할권이 일본에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북한 행위는 전체를 하나의 계속된 불법행위로 봐야 하기 때문에 관할권은 일본 재판소에 있다”며 이 소송을 1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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