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스로 월급 올리는 의원들, 추석 ‘떡값’도 꼬박꼬박 챙겨왔다니

조선일보 2024. 9. 1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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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작년 7월 17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주최한 '특권폐지 국민총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추석을 닷새 앞둔 12일 300명의 국회의원들에게 명절 휴가비가 424만원씩 지급됐다. 설날까지 합치면 연 849만원에 달한다. 매년 세비로 받는 1억5700만원과 별개의 돈이다. 5급 이상 일반 공무원들은 설·추석이라도 별도 상여금이 없다. 일반 직장인도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 명절 상여금 구경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억대 연봉 외에 명절 떡값까지 꼬박꼬박 챙기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입법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400만원대 명절 떡값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원들이 하는 일은 정쟁과 방탄·파행, 입법 폭주와 꼼수, 가짜 뉴스 살포와 포퓰리즘 혈세 낭비다. 의회의 효과성 평가에서 세계 꼴찌에서 둘째다. 국민소득 대비 받는 봉급은 OECD 국가 중 셋째로 높다. 우리나라 가구 중위 소득의 3배다. 세비 외에도 정근 수당, 입법·특별 활동비, 정책 개발비, 유류비·차량유지비·야근 식대·택시비까지 받는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서도 예외다. 비리로 구속되고 회의 시간에 코인 거래를 해도 세비를 받는다. 대부분 선진국은 보좌진이 2~5명이고 북유럽은 의원 2명이 비서 1명과 작은 사무실을 나눠 쓴다. 하지만 우리는 보좌진 9명씩을 거느린다. 의원실 한 곳에 지원되는 세금이 7억원이 넘는다. 비리를 저질러도 불체포특권을 누리고 거짓말을 해도 면책특권을 받는다. 갖가지 특권이 186가지에 달한다. 그러니 이 자리를 차지하려고 편을 갈라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세비 삭감을 약속하고 특권 폐지를 내세웠지만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매년 세비를 올렸다.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이때는 사이좋게 손잡았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우리는 무슨 짓을 해도 꼬박꼬박 제 날짜에 돈이 들어오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명절 휴가비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했다. 과거에도 일부 의원이 세비 반납이나 기부를 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외면하거나 되레 비난하며 따돌렸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야가 야합해 세비·수당을 올리지 못하도록 예산 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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