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탄 공사비 16억 빼돌려도 대통령 안전에 이상 없나
감사원은 12일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으로 이전하고 기존 외교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보수하는 과정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19개 무자격 업체가 하도급을 맡은 것을 포함해 국가 계약 관련 법령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들을 일부 확인했고, 대통령 비서실에 관리·감독 소홀 책임을 지적했다. 행안부는 공사비 정산을 잘못해 2개 업체에 3억2000만원을 과다 지급해 주의 통보를 받았다. 56건의 공사 계약이 체결된 341억원 규모의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이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일부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직권 남용 같은 중대한 법 위반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경호처 간부와 유착된 브로커가 방탄 창호 공사비 20억4000만원 가운데 15억7000만원을 빼돌린 사실도 드러났다. 이 브로커는 자신이 소개한 민간 업체와 경호처·행안부의 수의계약 과정에서 실제 공사비보다 5배 이상 부풀린 금액을 제출했고, 경호처 간부는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승인했다. 공사비가 20억4000만원이라고 해놓고 방탄유리·창틀·필름 제작과 설치에 4억7000만원만 쓴 것이다.
감사원은 공사비를 부풀린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20억원이 필요한 공사에 4억7000만원만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최고 방호 수준을 요구하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방탄 공사가 날림으로 이뤄졌다면 큰 문제다. 감사원은 이 경호처 간부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는 한편, 작년 10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야권에서는 관저 리모델링 업체가 과거 김건희 여사 전시회의 인테리어를 맡았던 업체라는 점에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지만 감사원은 “수의계약은 가능하며 위법은 없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감사로 특혜가 없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대통령실 이전은 대선 공약이었지만, 정부의 충분한 검토와 여론 수렴이 생략된 채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방탄과 같은 중요한 공사에 비리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이를 심각히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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