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환심 사려 유괴 살해..."사형 시켜달라"더니 항소 [그해 오늘]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1991년 9월 13일. 부모로부터 돈을 갈취하기 위해 6살 유치원생을 유괴해 살해한 홍순영(당시 24세)에 사형이 확정됐다. 홍순영은 경찰에 체포된 후부터 여러 차례 “사형 시켜달라”고 말했지만, 이날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될 때까지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항소를 거듭해왔다.
키 160cm가량 작은 체구의 여성은 어쩌다 사형수가 됐을까. 비교적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홍순영이 ‘유괴 살해’라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이면에는 그의 비대한 허영심이 있었다.
대학 입시에서 낙방한 홍순영은 가족과 주변인들에 명문 여대에 합격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학생증을 위조해 4년간 대학에서 몰래 강의를 들을 정도로 자신의 신변을 부풀리고 싶어했다. 이후에도 홍순영은 대학 졸업식에 부모님과 남자친구를 초대해 졸업사진까지 찍고, KBS 기자로 취직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거짓된 생활에도 끝이 보였다. 자신을 ‘가짜 여대생’으로 의심하는 이들이 많아진데다가 자신이 월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부모님을 계속 속이기 위해 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도피처로 여겼던 남자친구와의 결혼도 남자 쪽 부모님의 반대로 이뤄지기 힘들어지자, 홍순영은 많은 돈으로 남자친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유괴를 하기로 결심했다.
실제로 홍순영은 한 여자아이를 유괴해 자신의 집에 감금한 이력이 있었다. 아이를 유괴한 이유는 그 아이가 자신과 남자친구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사람과 닮았다는 황당한 것이었다. 다행히 첫 유괴는 홍순영의 아버지가 아이를 발견해 그를 돌려보내며 끝났다.
홍순영은 또다시 유괴를 시도했다. 이번에는 대학교 음악 건물에 미리 범행 도구를 준비해두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홍순영은 유치원 인근을 돌아다니다가 피해자의 이름이 적힌 우산을 발견하고, 유치원에 전화를 걸어 아이의 이름을 대며 “급한 일이 있으니 아이를 먼저 보내 달라”고 거짓말을 했다. 장마비가 내리던 1990년 6월 25일의 일이었다.
서울 시내 곳곳을 돌며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던 홍순영은 현장에 도착한 경찰을 보고 즉시 도주했다. 인근 지하철역까지 달아나던 홍순영은 계단에서 넘어지며 결국 붙잡히게 됐다. 그러나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홍씨의 거짓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는 화장실을 가는 척 하며 운전면허증과 신용카드 등을 버렸고, 경찰에는 ‘공범이 있다’고 속이며 공범을 잡는 척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다. 이 과정에서 지하철에 투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더이상 세상을 속일 수 없던 홍순영은 결국 아이를 살해했다고 실토했다. 울며 살려달라고 빌던 아이는 싸늘한 시신으로 물탱크 뒤 공간에서 발견됐다. 홍순영은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제발 사형시켜주세요”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법정에서는 “아이를 살해할 의사가 없었다”, “편집성 정신장애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 1심에서 법원이 사형 판결을 내리자 곧바로 항소하며 “사형제도는 존폐의 기로에 있는 추세”라며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홍순영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며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적정하다”며 사형 판결을 유지했다.
결국 홍순영은 대법원까지 사형 판결을 확정하며 사형수가 됐다. 홍순영은 사형이 확정된 지 3개월 만인 1991년 12월 18일 형이 집행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사형 집행을 예상하지 못했던 그는 마지막 남길 말도 하지 않고 울다가, 집행 직전에서야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를 빕니다. 부모님께 너무 큰 죄를 지었습니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김혜선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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