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눈물 호소에도 풀리지 않는 3700만 원 수령 의문
다만 팀 동료로부터 20만 위안 받은 건 인정해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불법적인 이유는 아니야"
손준호의 혐의·결백 뒷받침할 증거 제시되지 않아
결국 세부 범죄 사실 등이 담겨 있을 판결문 필요할 거로 보여
손준호는 11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 초기 단계 때 중국 공안의 협박에 거짓 자백을 했을 뿐 불법적인 일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형사 구류됐다. 당시 중국 공안은 손준호에게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를 적용했다.
약 10개월간 구금된 끝에 올해 3월 풀려난 손준호는 지난 6월 수원FC를 통해 K리그1 무대에 복귀했다. 하지만 10일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가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해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다. 중국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해당 징계 내용을 통보하고 FIFA가 검토 후 회원국에 해당 선수의 징계 내용을 전달하면 손준호는 어느 나라에서도 뛸 수 없게 된다.
손준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중국 공안이 외교부를 통해 내 아내를 체포해 구치소에서 같이 조사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고 ‘엄마까지 이곳에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느냐’라며 혐의 인정을 강요했다”라면서 “통역도 어눌해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였으나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손준호는 공안 조사 당시 음성 파일을 공개해 불법적으로 수사받은 과정을 밝히고 싶었다며 “공안은 영상만 있을 뿐 음성은 단 하나도 없다고 한다”라며 “그들에게 증거는 초기 압박 수사를 통한 내 거짓 자백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손준호 측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지난해 1월 산둥과 상하이의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벌어졌다고 봤다. 20만 위안 역시 상하이전이 끝난 뒤 5~6일 후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준호는 “정말 최선을 다해 경기를 뛰었고 우리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비겼다”라며 “진징다오와 승부조작에 관해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손준호는 친분이 두터웠던 진징다오와의 금전거래가 활발했다며 “(내가) 그 친구가 운영하는 축구 교실에 큰 금액을 선물하기도 했고 부모님 병원 수술을 잡아드린 적도 있다”라며 “중국에서 큰돈을 벌다 보니 당시엔 큰 금액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20만 위안의 금액을 주고받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자리한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국내에서 손준호는 검소하고 짠돌이라고 알려져 있을 정도”라며 “수당이 워낙 크다 보니 돈에 대한 인지 감각 자체가 바뀐 거 같다”라고 말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손준호가 중국 법원에서 20만 위안 금품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판사와 형량을 협상해 이미 구금됐던 10개월만큼의 형량을 받는 걸로 정리됐다”라고 말했다. 다만 손준호는 공안, 검찰 재판 단계에서 “승부조작은 단 한 번도 인정한 적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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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한 세부 범죄사실과 승부 조작 대상으로 지목된 경기에서의 행위, 방법 등이 나와 있을 거로 보이는 판결문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준호 에이전트는 “한국 귀국 자체가 중요한 상황이었기에 판결문을 통해 자세한 혐의 사실을 확인해 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판결문 열람 요청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한 에이전트는 취재진에 공개할 계획이 있냐는 물음에 “우리도 판결문을 받아보지 못했기에 중국 변호사와 논의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국내로 돌아온 뒤에도 중국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 밝히지 않았던 손준호는 “서로 얘기하지 않기로 했는데 중국축구협회에서 먼저 발표했기에 나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이젠 나도 잃을 게 없다. 가만히 있으면 내가 범죄자가 되는 거 같아서 자리를 마련했고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얘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허윤수 (yunspor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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