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12] 희망과 원망의 보름달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2024. 9. 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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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성규

“임술 가을, 칠월 보름 지나(壬戌之秋, 七月旣望)…”로 시작하는 유명한 글이 있다. 북송(北宋) 소식(蘇軾)의 ‘적벽부(赤壁賦)’다. 물처럼 흐르는 인생의 무상함을 우선 읊고, 그 속에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 등을 함께 살폈다.

위의 ‘기망(旣望)’은 보름에서 하루가 지난 날, 즉 음력 열엿새를 가리킨다. 보름은 망일(望日)로도 적는다. 이런 흐름을 보면 한자 세계에서는 음력 매달 15일이 ‘망(望)’이라는 글자로 일찌감치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초기 꼴은 사람이 우두커니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가 곧 달을 가리키는 월(月)이라는 글자 요소가 붙는다. 그로써 이 글자는 어느덧 달이 가득 차는 보름, 더 나아가 고개 들어 무언가를 살펴보는 행위라는 뜻을 얻는다.

홍진(紅塵)이 가득하고, 세파(世波)가 만만찮은 세상살이다.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을 하소연할 데가 없을 때 사람들은 하늘을 쳐다보기 마련이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그런 심사를 지닌 사람들이 눈 돌리기 십상인 대상이다.

가득 찼다가도 곧 이지러지는 달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영허(盈虛), 부침(浮沈), 성쇠(盛衰)의 개념을 추출해 자신의 고달픈 세상살이에 견준다. 그러면서 제 바람을 놓지 않는다. 글자가 소망(所望), 희망(希望), 기망(期望) 등의 단어로 이어진 이유다.

그러나 ‘홍진’의 독소가 아주 강하고, ‘세파’의 크기가 매우 대단해 삶의 의지가 꺾이는 때도 많다. 남을 책망(責望)하고 세상을 원망(怨望)하다가 절망(絶望)에 빠져드는 경우다. 세상은 그렇듯 늘 여의(如意)치 않은 곳이다.

경기의 하강이 가팔라져 고달픈 사람들이 많아지는 중국의 올해 한가위 달맞이 모습은 어떨까. 희망이 넘칠까, 소망이 가득할까. 아니면 원망이 깊어져 절망으로 번질까. 우리 또한 보름달 빛이 시리게 느껴지는 사람들 적잖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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