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씨왕후' 무맥락 베드씬도 지창욱은 못 지웠다 [Oh!쎈 레터]
[OSEN=연휘선 기자] 배우 지창욱이 '우씨왕후'에서 적은 분량으로도 압도적 존재감을 자아내며 극 초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우씨왕후'(극본 이병학, 연출 정세교)는 갑작스러운 왕의 죽음으로 왕위를 노리는 왕자들과 권력을 잡으려는 다섯 부족의 표적이 된 우씨왕후(전종서 분)가 24시간 안에 새로운 왕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추격 액션 사극이다. 지난달 29일 파트1이 공개돼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가운데 타이틀 롤 '우씨왕후' 우희 역의 배우 전종서보다 주목받는 배우는 따로 있었다. 바로 우씨왕후의 첫 번째 남편 고국천왕, 고남무 역의 배우 지창욱이다.
일례로 '우씨왕후' 공개 직후 8월 말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 검색어 상위권은 고국천왕 관련 키워드가 독차지 했다. 고국천왕, 우씨왕후, 형사취수혼, 고구려, 고남무 등. 제목이 '우씨왕후'가 아니라 '고국천왕'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우씨왕후' 파트1 시청자들 눈에 매력적으로 각인된 인물이 고남무(지창욱 분)라는 방증이다.
고남무의 고국천왕은 흡사 무신처럼 묘사된다. 선봉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중국 한나라 대군의 표적으로 전장의 미끼가 된다. 뛰어난 무력으로 장졸들과 함께 하는 것은 물론, 살려달라 애원하는 적장의 목을 산채로 잘라내는 무자비한 면모도 지녔다.
'우씨왕후'는 고국천왕에서 산상왕까지 이어지는 고구려 신대왕의 왕자들 중 5형제설을 채택해 고남무를 5형제 중 둘째로 묘사한다. 장자상속이 우선처럼 여겨지는 왕족 계보에서 첫째이자 형인 태자 패의(송재림 분)를 제치고 새로운 태왕에 등극한 인물. 이를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동시에 그의 죽음에 대한 파급력이 거세지는 격차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대체불가능한 카리스마와 무력의 존재감을 가진 인물로 고국천왕 고남무를 묘사한 것이다.
이러한 '우씨왕후' 속 고남무의 존재감을 지창욱은 폭발력 있게 소화한다. 드라마 'THE K2'에서 알몸 액션, 최근에는 누아르 '최악의 악'까지 액션이라면 합격점을 받고도 충분한 지창욱인 바. 그럼에도 '우씨왕후'와 같은 사극 전장의 대전투는 놀라움을 선사한다. 중무장한 갑옷과 무기들에서 오는 타격감은 물론 적의 목을 베고, 반란을 일으킨 친형의 코까지 베어버리는 모습이 위화감 없이 어우러진다.
전장에서 돌아왔음에도 부상으로 칩거하는 듯한 고남무가 승전 연회에 등장하는 장면은 특히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회자되고 있다. 영화 '관상' 속 수양대군(이정재 분)의 등장씬에 버금가는 존재감이라는 작품 팬들의 호평이 나오고 있는데, 왕후 우희(전종서 분)를 핍박하는 연회 가운데 등장 만으로 서열과 분위기를 정리하는 상황이 고고한 지창욱의 시선처리와 시너지를 냈다. 백성을 유희거리로 죽이는 형제 중 셋째인 동생 고발기(이수혁 분)의 포악함 조차 고남무 앞에서는 '분노조절잘해'가 되는 게 단번에 이해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고남무와 우희의 짧지만 강렬한 로맨스가 '우씨왕후'에 완급조절을 더한다. 취수혼을 해야 하는 단 24시간의 추적 속 우희의 도망치고 쫓기는 이야기에 유일한 쉴 틈이 고남무와의 단란했던 과거 회상이기 때문. 어린 시절 총명하고 당찬 우희에게 매료된 고남무가 변방의 2왕자비로 우희를 만나 영토를 수복하고 승전했음에도 부상으로 세상을 떠날 위기에서 후사가 없는 왕후를 지키기 위해 밀어내는 이야기.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후회 남주의 작위적인 혐관이 일말의 애틋함을 남기는 것.
물론 이러한 로맨스가 작품의 주된 서사가 아닌 데다가, '우씨왕후'의 맥락 없이 튀어나오는 노출 장면이다 뜬금 없는 베드신들로 인해 멜로 서사의 일관성은 지켜지지 않는다. 조연, 보조출연자 여배우들을 노출시켜 시각적 환기를 시도하는 고민 없는 연출에 대한 반감도 여전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카메오 수준의 적은 분량으로 매회 짧지만 강한 존재감을 남기는 지창욱의 활약이 아깝다. 드라마 '기황후' 속 타환이 성숙해져 고남무로 무르익었다는 호평까지 나오는 상황. 차라리 우희와 고남무의 로맨스가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있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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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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