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아랍판 AI' 만든다 … 중동 공략 속도
LLM 구축 등 전방위 협력
이해진·최수연 등 총출동
빅테크 맞설 '소버린AI' 구현
53조원 투자계획 사우디
글로벌 AI업계 '큰손' 부상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과 손잡고 아랍어에 기반한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나선다. 네이버의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수출길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12일 네이버는 네이버랩스·네이버클라우드를 포함한 '팀 네이버'가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글로벌 AI 서밋'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SDAIA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MOU에는 아랍어 중심의 LLM 구축을 비롯해 데이터센터 관련 솔루션, 클라우드 플랫폼 제공, 지능형 로봇 연구와 응용 서비스 개발까지 AI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우디는 올해 자체 아랍어 LLM인 '올람(ALLaM)' 구축을 비롯해 자국의 AI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SDAIA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직속 조직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데이터와 AI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기구다. 이번 사우디 출장에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접 참석해 네이버의 미래 주력 먹거리인 AI 사업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이 GIO는 최근 들어 빅테크에 대항할 수 있는 '소버린(Sovereign·주권)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AI와 주권의 개념을 결합한 소버린 AI는 각 국가가 자체 데이터와 인프라스트럭처를 활용해 그 국가나 지역을 잘 이해하는 AI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빅테크 AI 모델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는 이번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중동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출장단을 이끌고 사우디로 날아간 이 GIO는 마제드 알 호가일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압둘라 알스와하 통신정보기술부 장관, 마지드 알 카사비 상무부 장관 등 사우디 핵심 관계자들과 만났다. 사우디 측은 소버린 AI에 대한 네이버 수뇌부의 진정성과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국 검색시장을 지켜온 네이버의 기술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에서 성공적인 기술 수출 사례를 만들어내면 네이버의 소버린 AI 전략과 해외 영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는 지난 3월 AI 분야에 400억달러(약 53조68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글로벌 AI 업계 큰손으로 급부상한 전략적 거점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중동지역에 최적화된 아랍어 LLM 기반 소버린 AI를 개발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단순히 AI 모델 자체에 대해서만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소버린 AI를 실현할 수 있도록 사우디에서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 단계부터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파악된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데이터센터부터 클라우드, LLM, 이를 활용한 서비스까지 소버린 AI의 엔드투엔드 전체 영역에서 협력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최근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 AI 개발을 주도하는 구도가 고착화하면서 각국에서는 자체 LLM 개발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AI가 국가주의로 번질수록 현지 문화와 언어에 맞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제3국과의 AI 협력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네이버는 미국과 중국 빅테크에 맞서 'AI 주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회사로 인식되고 있어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이번에 MOU를 맺은 건 네이버가 꾸준히 사우디 시장을 공략한 결과로 풀이된다. 팀 네이버와 SDAIA는 이번 MOU를 계기로 AI뿐 아니라 클라우드·데이터센터·로봇 분야에서 폭넓게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아직 실제 계약 단계는 아니지만 포괄적 협업인 만큼 향후 사업화 범위가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리야드 정호준 기자 / 서울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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