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륜 범죄’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사망
재임 중 학살·납치에 불법 사찰
원주민 여성 27만명 ‘강제 불임’
징역 25년형…지난해 12월 석방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살았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수도 리마에서 사망했다고 AP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86세.
그의 딸이자 페루 야당 민중권력당 대표인 게이코 후지모리는 이날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아버지가 오랜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썼다. 그는 호흡기·신경계 질환과 설암 등으로 몇 차례 수술을 받았다.
1938년 일본계 이민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년 페루 출신 유명 작가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영 산업 민영화를 통한 경제 안정화, 과감한 치안 정책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3선 연임에 성공한 2000년, 재임 중 페루에서 자행된 학살·납치 등 각종 범죄와 비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권좌에서 물러났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스페인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여성 원주민 약 27만명에게 가족계획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불임 수술을 강제한 혐의로도 조사받았다. 집권 기간 의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정적을 불법으로 사찰한 혐의도 있었다.
그는 일본으로 도피한 상태에서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5년 재기를 도모하며 칠레로 입국했다가 가택 연금됐고, 2007년 페루로 범죄인 인도된 뒤 2009년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2017년 12월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 페루 법원은 2018년 10월 사면을 취소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022년 3월 사면 결정을 되살리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페루 정부가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재판소 판결에 근거해 석방을 거부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법정 투쟁을 벌여 지난해 12월 석방됐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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