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영화로는 부족해…웹툰에 펼쳐진 무한한 세계관에 ‘풍덩’[한가위 특집]

김한솔 기자 2024. 9. 1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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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 울릴 드라마·오싹 공포
지루할 틈 없이 넘기는 페이지

요즘 인기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나 영화는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공간적, 시간적 제약 없이 무한히 뻗어나가는 만화의 세계관은 다른 포맷의 콘텐츠에서도 차용하고 싶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OTT에는 마땅히 볼 게 없고, 더워서 영화관까지 가기도 귀찮다면 오랜만에 만화 그 자체의 매력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보고 나서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한 따듯한 만화, 늦더위도 날려버릴 만한 오싹한 만화들을 소개한다.

50대인 엄마가 대학에 입학했다

<엄마가 대학에 입학했다>는 작가1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한 만화다. 오랫동안 간호조무사로 일한 작가1의 어머니는 50대에 접어든 어느 날 간호대에 가기로 결심한다. 간호조무사가 아닌 ‘간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포기해야 했던 꿈에 다시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다 큰 딸들은 엄마의 대학 진학 결정을 열렬히 응원한다. ‘만학도 전형’으로 간호대에 입학한 어머니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나이 들어서 괜한 짓 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특유의 긍정적 성격으로 만학도 동기들뿐 아니라 2000년대생 MZ 신입생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언니’가 된다.

물론 50대에 시작한 대학 생활은 쉽지만은 않다. 입학 직후 터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온라인 수업’은 낯설고 어렵다. 바탕화면에 시험 창 외에 다른 창이 열리면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온라인 노트북 시험에서 갑자기 친척으로부터 카카오톡이 와 당황하고, 젊은 학생들에게 폐가 될까 조별과제 참여를 걱정하기도 한다. 작가의 어머니는 무사히 대학 생활을 마치고 간호사로 새출발할 수 있을까.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만화다. 작가1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연재한 만화를 위즈덤하우스에서 단행본으로 엮었다.

‘대형견 로망’이 있다면 <극한견주>

‘대형견 로망’이 있던 마일로 작가가 사모예드 ‘솜이’와 함께 사는 일상을 그린 코믹 웹툰이다. 작가가 꿈꾸는 대형견과의 일상은 이런 것이었다. 큰 덩치만큼 의젓한 대형견과 발을 맞춰 산책하다, 분위기 좋아 보이는 야외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작가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동안 개는 테이블 밑에 앉아 차분하게 자신을 기다린다. 밤이면 이불보다 폭신한 대형견에게 안겨 잠이 든다.

현실의 작가는 솜이와 발을 맞춰 산책하기는커녕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솜이의 산책 줄에 발과 손이 쓸리기 일쑤다. 커피를 마시는 여유 대신, 잠깐 한눈을 팔면 길거리에 있는 무언가를 주워 먹고 있는 솜이의 입에 든 것을 뺏기에 바쁘다. 솜이의 간식은 꼭 들고 다녀야 한다. 가끔 입에 든 알 수 없는 것을 뱉지 않을 때 간식으로 유혹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추위를 많이 타지만, 유독 더위를 많이 타는 솜이를 위해 잘 때 에어컨을 틀어놓고 잔다.

회차마다 대형견을 키우는 이들의 ‘공감 댓글’이 달려 있다. 겁쟁이인 대형견에게 소형견들이 달려들어 놀랐던 이야기, 대형견에게만 ‘안 물어요?’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 기분이 상했던 이야기 등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웹툰은 카카오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북폴리오에서 단행본으로도 출간됐다.

이상한 사람은모른 척해 <조명가게>

강풀 작가의 2011년 작품인 <조명가게>는 올해 하반기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 예정인 동명 드라마의 원작이다. 9월까지 이어지고 있는 늦더위를 날려보낼 수 있는 오싹한 공포물이다.

늦은 밤 한적한 버스정류장에 흰옷을 입은 여자가 앉아 있다. 여자는 환한 가로등 조명 옆 벤치에서 손가락으로 벤치를 두드린다. 여자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벤치에서 ‘톡톡’ 소리가 난다. 그런데 사람의 말랑한 손가락으로 나무 벤치를 두드리면 ‘톡톡’ 하는 소리가 날 수 있을까. 손톱이 손바닥 쪽에 달려 있지 않는 한 말이다.

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낡은 조명가게가 하나 있다. 유난히 어두운 골목, 홀로 불을 밝히고 있는 가게에는 가끔 이상한 손님들이 찾아온다. ‘아이고 더워’ 하면서 가게로 들어온 택배 기사가 잠깐 서 있던 자리에는 물이 흥건하다. 멍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주인을 바라보는 남자의 귀에서는 검은 흙이 쏟아진다. 주인은 조명가게에 종종 놀러 오는 학생 현주에게 당부한다. ‘요즘 이 동네에 이상한 사람들이 보여. 하지만 그들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도 절대 아는 척하면 안 돼.’ 현주는 조명가게 주인의 말을 떠올리고 ‘손톱이 다른 곳에 붙어 있는 여자’를 보고도 모른 척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여러 명의 주인공이 동시에 등장해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다, 서서히 하나로 합쳐진다. 초반에는 섬뜩한 장면들이 나오지만 다른 공포물들처럼 잔인하거나 폭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회를 거듭할수록 슬프고 감동적이다. 카카오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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