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 폐지·사학 자율성 확대 추진…뒤로 가는 국교위
일부 위원 “10년 교육정책 합의 없이 밀어붙이기 우려”
사회적 합의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서 고교평준화 폐지, 사학 이익 보전 확대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교육정책 계획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는 정황이 확인됐다. 국교위 내 전문가들 사이 합의하지 못한 내용인데 이견이 담긴 의견서를 뺀 채 안건으로 올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12일 취재를 종합하면 국교위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회로부터 중간 보고를 받았다. 보고에는 수능 이원화, 사학 자주성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 안건에 담긴 ‘사학 자주성과 공공성’에는 영세 사학 해산을 지원하거나 사학재단의 재산처분 재량권을 확대하는 등 ‘퍼주기’에 가까운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교평준화 폐지’라는 단어는 사라졌지만 대신 ‘학교 다양화’라는 안건이 등장했다. ‘평준화 지역 일반고에 대한 차별 해소’ ‘학생 선발 통한 지역 우수학생 유출 방지’ 등의 내용이 여전히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18일 국교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 회의를 앞두고, 한 전문위원이 카카오톡 대화방에 “수능 이원화, 고교평준화 폐지, 사학 자주성 확대 등과 관련해 최대한 우리 측 입장을 반영하는 쪽으로 회의를 진행하기로 전문위 위원장과 사전 조율을 했다”고 올리며 ‘짬짜미’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이배용 국교위원장이 짬짜미 의혹을 ‘자료 유출’ 프레임으로 보고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위 내부에서부터 ‘밀어붙이기’식 추진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국교위 전문위원 8명은 지난 6일 전체회의 전 중간 보고 자료가 ‘반쪽짜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전문위 내에서 합의가 안 된 내용이 합의된 것처럼 국교위 전체회의에 보고됐다”고 했다. 전문위원 A씨는 “주요 쟁점 사안 뒤에 의견서를 달았는데 의견서 부분은 다 빠지고 보고된 것으로 안다”며 “고교평준화 폐지는 빼기로 합의가 됐는데 ‘학교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았다”고 주장했다.
전체회의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국교위 위원 B씨는 “전문위에서 합의가 안 된 내용이 ‘통합안’처럼 보고가 됐다고 느껴졌다”며 “한 번 중간 보고가 되면 일부 수정이 되는 것이지 큰 틀이 완전히 바뀌진 않는다는 점에서 전문위부터 이런 식으로 운영이 돼선 안 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국교위는 크게 국교위 전체회의와 전문위 등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전문가 등 외부위원이 모인 전문위는 안건을 만들어 전체회의에 보고한다. 21명의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는 향후 10년간 핵심 교육정책의 틀을 논의하는 기구다.
국교위 내에선 쟁점 사안에 대해 이견이나 반대의견 수렴 없이 그대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초안이 확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교위 위원 C씨는 “지금과 같은 식으로 논의를 진행한다면 중간 보고 안건이 최종 안건으로 그대로 갈 확률이 99%”라고 했다.
국교위 관계자는 “전문위 내에서 이견이 있는 내용은 추가적으로 다시 정리해 보고하기로 했다”며 “전문위에서 올린 안건은 참고자료 중 하나로 활용을 하는 것일 뿐, 국교위 전체회의에서 바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계획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탁지영·김원진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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