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처럼’ 김 여사 계좌 시세조종 동원…방조 혐의 적용하나

이창준 기자 2024. 9. 12. 20: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이치 ‘전주’ 2심 유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돈을 댄 ‘전주’ 손모씨가 1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계좌 일임·수익 낸 김 여사
관련 혐의 더 뚜렷해질 수도
검찰 “단순 비교 어렵다”
검, 윤 대통령 장모 등 85명
주가조작 동원 계좌주 조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전주’ 손모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 유죄가 선고된 것은 손씨와 유사한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에게 달갑지 않은 내용이다. 손씨에 대한 유죄 판결은 김 여사의 기소 가능성을 높인다고 볼 수 있어서다. 주가조작에 계좌가 동원된 85명을 상대로 사실상 전수조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지난 7일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씨도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다. 4년 넘게 김 여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사건 항소심 판결 내용을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씨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이 12일 항소심에서 유죄(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로 바뀐 것은 검찰이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손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고, 재판부가 이를 유죄로 봤기 때문이다.

검찰은 1심에선 손씨를 주가조작 공모 혐의로만 기소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손씨의 공모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새롭게 제기된 손씨의 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손씨가 주가조작이 이뤄지는 걸 알면서 이를 묵인하고 오히려 해당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손씨는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도와줄 의사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해 주가 부양에 도움을 주는 등 다른 피고인들의 행위를 용이하게 했다”며 “단순히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손씨의 유죄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아직 수사 단계에 있는 김 여사의 사건 처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때문이다. 손씨와 유사하게 주가조작 전주로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 여사는 자신의 계좌를 피고인들이 주가조작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 모두 김 여사와 최씨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최씨 계좌 1개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차명계좌라는 의혹을 받는다.

이날 손씨가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주가조작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계좌를 운용했던 손씨와 달리 김 여사는 주가조작 일당에게 자신의 계좌를 일임했다는 점에서 방조 혐의가 더 뚜렷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손씨가 주가조작으로 손해를 본 반면 김 여사와 최씨는 20억원 넘는 수익을 올린 점이 검찰의 처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대통령실은 1심 손씨 무죄를 근거로 김 여사 역시 혐의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간 이 사건의 항소심 선고를 지켜본 뒤 김 여사 처분 방향을 확정하겠다고 한 검찰은 판결 내용을 분석한 다음 김 여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20년 4월 첫 고발장을 접수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7월 김 여사에 대해 비공개 출장조사까지 한 만큼 사실관계 확인은 대부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손씨 사례와 김 여사 사례는 사실관계가 달라 단순 비교해 판단하기 어렵고 각 사실관계에 맞는 증거와 법리를 적용해 검토해야 한다”며 “판결문 내용과 법리를 면밀히 살펴 상고 여부를 검토하고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