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으로 끝난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
대통령비서실에 ‘주의’ 통보뿐…야당 “면죄부 줬다”
공사비 부풀려 16억 빼돌린 경호처 간부는 구속영장
감사원이 12일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의혹에 대해 국민감사가 청구된 지 1년8개월 만에 감사 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은 대통령 집무실·관저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경호처 간부의 비위로 인해 16억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한 업체가 관저 공사 업체로 선정된 경위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는 담당자의 진술만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면죄부를 줬다” “맹탕 감사”라고 비판했다.
이번 감사는 참여연대와 시민 723명이 2022년 10월 대통령실·관저 이전과 비용 사용 관련 불법 의혹에 대해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핵심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결정 과정에서 직권남용이 있었는지, 대통령실·관저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다.
감사원은 대통령실 이전 결정에 직권남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국방부도 대통령실과 긴밀히 소통하며 이전계획을 보고해 반대의견이 묵살되었다고 볼 만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뤄졌는지는 감사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다.
대통령실·관저 공사 과정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김 여사가 대표를 맡았던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한 업체들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관저 공사를 총괄한 인테리어업체 ‘21그램’은 김 여사가 기획한 자코메티전과 르코르뷔지에전의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곳이어서 논란이 됐다. 21그램 대표는 윤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한 바 있다.
감사원은 업체 선정과 관련해 “인수위에서 내부 관계자와 경호처 등으로부터 업체들을 추천받아 선정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누가 내부 추천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관저 이전을 총괄했던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이 21그램 선정 과정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면서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 여사에 대한 확인 절차도 없었다.
21그램 계약 건만이 아니라 대통령실·관저 관련 모든 공사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가계약법 제7조 제1항 등 법령상 관저는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해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실내건축공사 면허만 있었던 21그램은 기계·설비 등 공사를 위해 18개 업체에 하도급을 맡겼는데 15곳이 무자격 업체인 것으로 확인돼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레스룸, 사우나 불법 증축 의혹과 관련해서는 증축 공사를 할 수 없는 업체(실내건축공사 업체)가 공사를 수행했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에 주의 요구를 통보하는 데 그쳤다. 대통령실·관저 이전을 총괄한 김 전 비서관은 이미 퇴직해 징계가 불가능한 만큼 인사혁신처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해 인사자료로 활용토록 했다. 김 전 비서관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공모한 상태다.
또한 방탄창호 설치 공사에서 대통령실 경호처 간부 A씨가 친분이 깊던 브로커 B씨를 실질적 사업 관리자로 선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B씨가 비용을 부풀려 총사업금액 20억4000만원 중 15억70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A씨의 징계처분(파면)을 경호처에 요구했다. 검찰은 A씨와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실 눈치를 보면서 감사 기간을 연장하며 시간을 끌다가 결국 봐주기 결과를 내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국민적 의혹에 전혀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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