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떼죽음에 ‘가을 전어’ 가격 2배…“추석 대목? 얼음값도 못 건져”

서천수산물특화시장 르포

지난 11일 찾아간 서천수산물시장. 폭염 여파로 손님이 끊겨 한산하다. 강정의 기자

지난 11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에서 만난 60대 상인 김모씨는 20㎏짜리 자루에 담긴 얼음을 생선 진열대에 쏟아붓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목이면 뭐 한대유. 우럭은 떼죽음을 당해서 팔 게 없고, 아직도 날이 이리 더우니 시장에 사람이 없잖아유. 얼음값도 못 건졌어유.”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인데 시장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이날 서천의 낮 최고기온은 34도였다.

김씨는 “9월에도 이어지는 폭염 때문에 생선 부패를 막으려고 하루에만 60㎏의 얼음을 사용하고 있는데 정작 손님은 없다”며 “수족관 냉각기도 24시간 돌리느라 예년에 40만원 수준이던 전기요금이 올해에는 80만원이나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한산한 시장 상황은 무더운 날씨 탓만이 아니었다. 20년 넘게 이 시장 생선가게에서 일한 김영진씨(40)는 “우럭은 올해 폐사량이 많아 물량 자체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어도 떼죽음을 당해 도매가가 4000~5000원가량 뛰었고, 덩달아 소매가는 ㎏당 3만5000원까지 올랐다”며 “지난해 추석 때보다 물량을 절반으로 줄였는데 그나마도 팔릴지 걱정”이라고 했다.

올여름 고수온 현상으로 양식 어류가 집단 폐사하고 폭염이 지속되면서 추석을 앞둔 수산시장 상인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손님마저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참조기 한 마리 가격은 1508원으로, 지난해 추석 전주(9월22일)와 비교해 23.2% 올랐다. 가을철 수산물인 전어도 최근 ㎏당 도매가가 2만5000원대로, 예년(1만~1만2000원)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우럭의 ㎏당 소매가는 대개 2만5000~3만원인데, 최근 들어 3만5000원에 팔기도 한다.

시장을 둘러보던 시민 조모씨(50대)는 “전통시장 생선값이 비교적 저렴해서 왔는데 예상외로 비싸서 한 마리도 못 샀다”며 “폭염으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많이 당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가격이 오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오일환 서천수산물특화시장 상인회장은 “가을 별미인 전어가 고수온으로 서해안에 유입되지 못하면서 물량 자체를 구할 수 없어 비상”이라며 “전어 가격이 최근 2만5000원대까지 뛰었음에도 물량이 없어 새벽부터 멀리 목포 도매장까지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어떻게든 수요를 맞추려고 물량 확보에 애쓰고 있지만, 지난해 추석 대목 매출에 비하면 올해는 절반도 안 된다”고 했다.

서해안에서 수산물을 들여오는 대전 지역 시장 상인들도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판매 어종을 제한하고 있다. 백호진 대전 신도꼼지락시장 상인회장은 “우럭은 아예 판매하지 않는 상인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말부터 참조기 등 정부 비축물량 160t을 시중에 공급하며 수산물 가격 안정화에 나서고 있지만 명절을 앞두고 물량 부족과 가격 상승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