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US스틸 인수 제안 일단 철회할 듯…美 대선 후 재시도하나

미국, US스틸 인수 시 미국 철강 생산력 약화·관세 정책 어깃장 우려

미국 펜실베니아 주 피츠버그에 위치한 US스틸 본사 전경./AFPBBNews=뉴스1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 인수 제안을 일단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US스틸 인수 금지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보 후퇴한 뒤 재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 제안을 일단 철회하고, 11월 미국 대선 이후 다시 제안서를 제출하는 것을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에 제안했다고 12일 보도했다.

CFIUS는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이 자국 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행정기관이다. CFIUS가 자국 안보에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건에 대해 미국 대통령은 인수·합병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닛케이는 11월 대선 전까지 협상이 교착될 가능성이 크고, 그 사이 바이든 대통령이 인수 금지 명령을 내린다면 US스틸 인수가 완전 무산될 수 있기 때문에 일보 후퇴하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세력 중 하나인 전미철강노동조합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인수에 반대하겠다고 했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닛케이는 모리 다카히로 일본제철 부사장이 전날 미국 요청을 받아 워싱턴을 방문, 데이비드 브릿 US스틸 최고경영자(CEO), CFIUS 관계자들과 면담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모리 부사장이 일본제철 입장을 재차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닛케이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US스틸 인수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미국 철강 생산력 저하, 관세 정책 등 2가지다.

먼저 미국은 일본제철이 US스틸을 흡수한 뒤 자국 공장을 인도로 이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제철이 인도 현지 제철소를 인수하는 등 인도 투자에 적극적이기 때문.

두 번째 이유는 보호무역을 위한 관세 정책에 일본제철이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는 것. 중국은 경기침체로 인해 자국 내 철강 수요가 꺾인 상황에서도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미국은 관련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여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겠단 입장.
US스틸은 관세 인상에 찬성한 반면, 일본제철은 반대했다. US스틸이 일본제철에 흡수된다면 관세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CFIUS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제철은 "인도 시장을 키우고 있는 것은 맞지만 미국 사업을 대가로 하는 것은 아니"라며 "US스틸 인수는 미국 시장에 기여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관세 정책에 관한 우려에 대해서는 "US스틸의 (관세 인상) 요청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