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주가조작 2심도 유죄... '전주' 손 씨도 방조혐의 유죄

심인보 2024. 9. 1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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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주범 권오수 회장 등에 대한 유죄 판결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범죄 혐의가 무거운 주범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형량이 올라갔다. 

특히 1심 판결에서 무죄를 받았던 ‘전주’ 손 모 씨에 대해서 주가조작 방조혐의로 유죄가 선고됐다. 대통령실은 1심 판결 이후 손 씨의 무죄를 들어 김건희 여사도 혐의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1차 작전 시기와 2차 작전 시기가 분리되어 있으므로 포괄일죄를 적용할 수 없고 따라서 1차 작전 시기의 범죄에 대해서는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면소 판결한 1심 법원의 판단은 2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2심 법원, 권오수 등 주범 형량 올려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재판장 권순형)는 오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2심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권오수 회장 등에게 “시세 조정 행위로 상당한 이익을 취하는 등 큰 책임이 있는데도 범행을 일체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질책하며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의 형량은 1심에서 선고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 사회봉사 200시간으로 상향됐다. 

2차 작전의 주범이자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의 당사자인 블랙펄 인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의 형량 역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4억 원과 사회봉사 160시간으로 상향됐다. 1심에서 이 전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6천만 원의 선고를 받은 바 있다. 2차 작전의 또다른 주범인 토러스 증권 김 모 전 지점장에 대해서는 벌금을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줄여준 대신 사회 봉사 120 시간을 추가했다. 

법원은 선고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2차 시세조종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피고인들의 형을 원심보다 다소 무겁게 정하고, 부차적인 역할을 한 피고인들의 형을 원심보다 다소 가볍게 정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주범이 아닌 증권사 직원 김 모 씨와 한 모 씨, 우리기술 부사장 출신 이 모 씨의 경우에는 2심에서 형량이 다소 줄었다. 

그러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증권사 직원 또다른 김 모 씨에 대해서는 1차 작전 당시부터 IR을 담당하며 공동정범으로 가담했고, 2차 작전에서도 영업활동을 담당하며 상당한 이득을 받기도 하는 등 범죄의 가담 정도를 종합하면 죄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천만 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전주’ 손 씨, 주가조작 방조 유죄… 김건희 불기소 근거 약해져 

특히 법원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전주 손 모 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손 씨는 자신의 계좌와 아내 명의 계좌,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의 계좌 3개를 동원해 2차 작전 시기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75억 원 어치를 매수했다. 1심 법원은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우연히 일부 주문이 고가매수가 되거나 통정매매로 분류되었을 뿐”이라며 손 씨의 주가조작 가담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에서 검찰은 “손 씨가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는 1심의 판결 내용에 의거,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하며 공소장을 변경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방조 혐의란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 행위를 한 혐의를 말한다. 

검찰의 이같은 공소장 변경에 대해 2심 법원은 손 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손 씨의 경우 주가조작과 무관하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을 뿐이라 해도 시세 조종이 더 크게 성공하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범행을 방조할 유인이 되기도 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손 씨가 2차 작전 주범 김 모 토러스 증권 지점장과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 관련 내용을 문자 메시지로 주고 받은 점, 손 씨와 주가조작 주범들 사이에 돈 거래가 있었다는 점도 유죄의 근거로 들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2월 1심 선고 이후 같은 전주인 손 씨가 무죄를 받았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 배우자가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깨졌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심 법원이 손 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림으로써 이같은 입장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특히 2심 법원은 “방조범에서 정범의 고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는 판례를 인용했는데, 지금까지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 녹취록 등을 보면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정황을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했거나 예견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많다. 

“1차 작전은 공소 시효 만료” 1심 판단은 2심서도 유지   

한편 2심 법원은 1차 작전의 경우 공소 시효가 만료되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검찰은 1차 작전과 2차 작전을 하나의 범죄, 즉 포괄일죄로 보아야 한다며 2차 작전이 끝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며 기소했는데, 지난해 2월 1심 법원은 1차 작전과 2차 작전은 별개의 범죄이므로 1차 작전의 공소 시효는 끝났다며 면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심 법원 역시 1차 작전과 2차 작전은 주범들의 관계 및 상황과 자금을 동원한 방식, 주가 부양 방식, 관여 계좌 등이 다르다며 별개의 범행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대통령실 "입장 밝히지 않는 점 양해해 달라"

대통령실 관계자는 2심 판결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기존대로 사법부 판단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1심 판결 선고 이후 별도의 입장문을 낸 것과 크게 달라진 태도다. 

뉴스타파 심인보 inb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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