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 덮이면 다 한옥? 한반도 전통 가옥 되짚어보기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4. 9. 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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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이 한옥 숙박 체험을 즐기는 모습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때면 서울 북촌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 같은 곳이 등장한다.

정기황의 '한옥 적응기-전통 가옥의 기구한 역사'는 저자의 석사학위논문 '자하문 길 주변 지역의 도시 건축 적응 유형 연구'(2008)와 박사학위논문 '서울 도시한옥의 적응태'(2015)에 기초한다.

그런데도, 우리 관념 속 한옥은 팔작지붕의 기와집 즉 조선 시대 양반 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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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적응기-전통 가옥의 기구한 역사- 정기황 지음/빨간소금/1만8000원

- 기술부터 문화적 측면까지 분석
- 오늘날 흔히 보는 한옥 형태는
- 일제강점기 때 지은 ‘도시한옥’

외국인 관광객이 한옥 숙박 체험을 즐기는 모습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때면 서울 북촌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 같은 곳이 등장한다. 뿌듯한 마음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목재를 사용하고 기와를 지붕으로 덮으면 다 한옥인가?” 궁금할 때가 있다. 우리는 ‘한옥’이 어떤 집인지 제대로 알고 있을까.

한옥은 사용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는 정기황 저자의 사진. 빨간소금 제공


정기황의 ‘한옥 적응기-전통 가옥의 기구한 역사’는 저자의 석사학위논문 ‘자하문 길 주변 지역의 도시 건축 적응 유형 연구’(2008)와 박사학위논문 ‘서울 도시한옥의 적응태’(2015)에 기초한다. 석사학위논문은 대한건축학회에서 우수석사논문상(2008)을 수상했다. 박사학위논문은 2015년 한국건축역사학회에서 발표한 3편의 박사학위논문 중 하나였다. 석·박사 논문 모두 자료 조사량이 엄청났다. 저자는 “조금 과장해 말하면, 조사 과정에서 서울에 있는 한옥은 다 봤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이 책은 ‘한옥’이라는 말은 개항 이후 1908년 정동 지역에서 양옥, 일본 가옥(일옥)과 구분하기 위해 처음 썼다고 설명한다. 1970년대에 정부·언론 등에서 적극 사용하며 전통 가옥을 통칭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조선 시대 기와집은 소수 양반만 사는 큰 규모의 주거 양식이었고, 현재 서울에 남은 기와집 대부분은 일제강점기에 지은 규모가 작은 기와집이다. 일제강점기 한옥은 조선 시대 집과 달리, 인구 급증과 심각한 주택난으로 가옥 밀도가 높아지고 생활 방식이 바뀐 도시에 적응하며 개발된 ‘도시한옥’이다.

현재 우리가 가장 많이 보는 것이 이 도시한옥이다. 그런데도, 우리 관념 속 한옥은 팔작지붕의 기와집 즉 조선 시대 양반 가옥이다. 왜 이런 현실과 관념의 괴리가 발생했을까? 도시 연구자이자 건축가인 저자는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한반도 전통 가옥의 역사를 꼼꼼하게 되짚는다. 건축기술 측면뿐 아니라 한반도 기후와 지형, 집과 건축에 대한 사회문화 권력의 개입 측면까지 두루 살핀다.


저자는 “조선 시대에는 백성의 집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일제강점기에는 개발업자들에 의해 도시한옥이 대량 개발되었다. 해방 후 정부 주도로 아파트(단지)가 공급되면서 주거가 획일화되었고, 한옥은 전통 이데올로기로 활용되었다”며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한옥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적응을 거듭하는 ‘삶으로서의 집’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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