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여성노동자 외침은 계속된다 外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4. 9. 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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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노동자 외침은 계속된다

- 체공녀 연대기, 1931~2011/남화숙 지음/남관숙 옮김/후마니타스/2만원


식민지 시기 평양 을밀대에 올라 고공 농성을 벌인 여공 강주룡부터 2011년 부산의 35m 크레인 위에 오른 용접공 김진숙까지 한 세기에 걸친 공장 여성 노동자의 투쟁사를 통해 여성 노동운동을 복원한 책.

역사학자 남화숙은 이 책으로 미국역사학회가 동아시아 역사 부문에 수여하는 존 페어뱅크상(2022)을 받았다. “여성 노동자를 가시화함으로써 성차별과 젠더 권력관계가 한국 사회를 괴롭히고 노동운동을 제약하며 오늘날 역사적 기억을 왜곡하는 깊은 사회적 보수주의를 영속화하는 데 어떻게 작용했는지 보여 준다.”(심사평 중)

# 동고비 17년 관찰의 기록들

- 동고비의 시간/김성호 글·사진/지성사/2만3000원


어린 시절 방학 내내 시골 외가에서 강 산 들의 모든 생명체를 벗 삼았던 생태학자 김성호가 17년간 동고비라는 한 종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기록했다. 몸길이 10㎝ 남짓으로 암수 구별조차 까다로운 동고비는 우리나라에서 텃새로 산다. 2년 동안 동고비를 관찰한 기록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이후로 15년을 더한 17년이라는 세월에 동고비의 삶에 동행하면서 새로운 다름과 새로운 차이를 발견한 기쁨이 스며있다. 동고비와 함께 자연에 깃들인 모든 생명의 치열함과 간절함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 역경을 희망으로 바꾼 장애인

- 절대 희망/고희석 지음/청동거울/1만6000원


30년 동안 사회복지기관에서 물리치료사·사회복지사로 일해 온 저자가 공동체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경험한 일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도저히 불가한 일이라서 희망할 수조차 없지만 희망함으로써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고난의 삶을 희망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절대적인 희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장애를 인간 저마다의 존재적 특성으로 순순히 받아들인다. 그에게는 비장애인·장애인은 모두 똑같다. 단지 장애인의 몸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자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 재일조선인 2세 작가 성장소설

- 내 이름은 낫짱, 김하강입니다/김송이 글/김두현 그림/보리/1만6800원


재일조선인 2세 김송이 작가가 청소년에게 참된 자긍심을 일깨워 주는 성장 소설을 썼다. 일본 오사카에서 나고 자란 열다섯 낫짱은 ‘가네모토 나츠에’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다 큰언니가 참여하는 동포 모임에 나가 처음으로 본래 제 이름 ‘김하강’으로 불린다. 낫짱은 ‘조선인’이라는 민족 정체성뿐 아니라 빈부 차별과 성별 차별에 눈뜨고, 지혜로 이겨내리라고 굳건히 마음먹는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화가 김두현은 1960년 무렵 일본 오사카 풍경과 재일조선인이 살던 마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고증해 그려냈다.

# 예술품 훔친 이유가 “아름다워서”

- 예술 도둑/마이클 핀클 지음/염지선 옮김/생각의힘/1만7800원


“나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예술작품을 훔쳤다.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는 역사상 가장 많은 예술 작품을 훔쳤다.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200여 회에 걸쳐 300점 이상 훔쳤고, 금전 가치는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이트비저는 변장하지 않았고, 대낮에 당당하게 입장했다. 도구는 단 하나, 스위스 아미 나이프. 모든 시작은 돈이 아니라 ‘아름다움’이었다. 미국 저널리스트 마이클 핀클이 유려한 필치로 브라이트비저의 행적과 내면을 좇은 논픽션.

# 삶의 여정 꿰뚫는 황길엽 시집

- 가끔 부재중입니다/황길엽 시집/포엠포엠/1만2000원


1991년 ‘한국시’ 신인상으로 등단해 부산작가회의 부산시인회의 회원으로 활동해 온 황길엽 시인의 신작 시집. 우리는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말을 흔히 한다. 수많은 삶에서 어느 정도 답이 주어진다 해도 영원히 정답일 수는 없다. 황길엽 시인은 삶의 여정을, 자신의 경험과 해석으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식견으로 응시한다. 그의 시는 과거와 현재가 수없이 교차하며 귀하게 다가오는 순간을 잡으려 한다. 또한 인간이 살아 있는 현상에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변을 또 다른 방식으로 탄생시킨다.

# 쓰레기에 칭칭 감긴 바다거북

- 바다거북이 장례식/고영미 시/김혜원 그림/도토리숲/2만원


바다거북의 죽음을 통해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동물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메시지를 전하는 시·그림이 어우러진 환경 그림책.

바다거북이 한 마리가 힘들게 제주도 해변으로 올라와 죽음을 맞이한다. 코에는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있고, 목에는 고무가 감겨 있고, 뱃속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하다. 갈매기들이 빨대를 빼주고, 고무를 풀어주고, 바다거북의 죽음을 애도한다. 바다거북의 영혼은 밝게 빛나는 낮달이 동그란 창으로 갈매기들과 함께 날아간다. 다시 푸른 바다에서 헤엄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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