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배우된 결혼이민자들 “좌충우돌 한국 적응기 영화에 담았죠”

김미주 기자 2024. 9. 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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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아파트 앞 계단.

이번 영화에서 감독이자 주인공으로 출연한 미소(미얀마 이름 찌위마) 씨는 "한국에 온 외국인에게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한윤정 부산진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처음 다문화여성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했는데, 언어를 소재로 재밌게 풀어내 줘서 고마운 마음이다"며 "다문화가정이 한국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분야 중 하나가 문화예술인데,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활동이 꾸준히 늘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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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마을영화 만들기 프로젝트

- 다문화센터 미얀마·중국 출신들
- 단편 ‘욕봤다’ 제작에 참여 눈길
- 낯선 문화와 설움 따뜻하게 풀어

부산의 한 아파트 앞 계단. 짐을 들어준 여성에게 어르신이 “욕봤다”라고 인사한다. 미얀마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은 그 말을 듣고 고민에 빠진다. ‘짐을 들어줬는데 왜 나한테 욕을 할까?’ 경상도 사투리가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질문에 웃음을 터트릴 수 있다. ‘욕봤다’는 ‘수고했다’ ‘고생했다’ 뜻을 가진 경상도 사투리다.

BIFF 마을 영화 만들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단편영화 ‘욕봤다’를 촬영하고 있는 현장.


부산에 정착한 다문화가정 며느리들의 한국 적응기가 따뜻한 단편영화 ‘욕봤다’로 탄생했다. 이 영화는 미얀마·중국 출신의 이민자들이 직접 감독·출연·조감독 등으로 제작 전반에 참여해 더 의미 있다.

‘욕봤다’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동네방네비프(동방비)가 부산여성가족센터, 평생교육진흥원의 부산시민대학 등과 함께 만든 마을영화 3편 중 하나다. 부산진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참여하고, 정지혜 감독이 멘토감독으로 촬영과 편집 등을 지원했다. 이들은 지난달 말 센터와 부산시민공원 등에서 진행된 촬영을 완료하고 최근 1차 편집본을 함께 감상했다. 영화는 다음 달 열리는 제29회 BIFF 기간 동방비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만세픽처스 김태균 감독이 제작 과정 전반을 기록한 메이킹 필름도 함께 공개된다.

영화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한국에 살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따뜻하고 뭉클하게 담았다. 가족이 그리운 사람, 한국말과 문화가 낯선 사람 등 이민자뿐만 아니라 타향살이 중인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다. 낯선 땅에서 가족 외엔 아는 사람이 없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 인연을 맺은 점도 정감 있다.

‘욕봤다’ 제작진이자 부산진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회원들인 외국인 며느리 대부분은 한국살이 10년 차를 넘겼다. 이번 영화에서 감독이자 주인공으로 출연한 미소(미얀마 이름 찌위마) 씨는 “한국에 온 외국인에게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센터를 구심점 삼아 서로 의지한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제작진이 모두) 돕고 의논하며 함께 만든 영화다. 손발이 잘 맞아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미소 씨가 카메라 앵글 안에서 연기할 땐, 잉샤오홍 조감독이 카메라 앞을 지켰다. 그는 “결혼 이민자라면 한국에 와서 겪은 일을 영화를 보고 공감할 것이다. (회원들이) 다들 더운 날씨에도 열심히 참여해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센터 회원들은 이번 제작 과정에서 추억과 즐거움을 쌓았다. 위메이상, 허춘옌, 후수찌 씨 등 다른 회원들도 제작 과정에서 동시녹음·촬영감독·출연진 등으로 활약했다. 이들은 모두 “긴장됐지만 너무 재밌었다”며 색다른 경험을 즐거워했다. 멘토 정지혜 감독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리움이나 서러움 등 결혼 이주민의 공통된 정서를 느꼈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어둡거나 슬프게 담기지 않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2년 전에도 동방비 마을영화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 있는 정 감독은 “영화는 공동 작업이어서 혼자 만들 수 없다. 힘들지만 흥미롭게 작업할 수 있고, 참여자들의 ‘즐거움’이 동력이 되니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문화 콘텐츠는 외국인이 한국을 더 친숙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효과적인 분야다. 특히 영화 제작 같은 창작 활동으로 이민자들은 한국의 문화를 더 깊이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다. 영화가 풀뿌리 문화예술로 기능하는 좋은 예가 된다.

한윤정 부산진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처음 다문화여성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했는데, 언어를 소재로 재밌게 풀어내 줘서 고마운 마음이다”며 “다문화가정이 한국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분야 중 하나가 문화예술인데,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활동이 꾸준히 늘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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