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尹정부 연금개혁안 기금안정 한계… 수익률 높여야 지속 가능"
韓 경제 최대 현안 '3D'… 尹, 개혁 방향 옳지만 속도 문제
저소득층 지원, 선택과 집중 필요… 25만원 현금살포 안돼
美 대선 트럼프 당선시 엄청난 충격, '각자도생' 시대 될 것
日과 관계 공고히 하는 건 우리 안보·생존 위해 매우 중요
[]에게 고견을 듣는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前 금융위원장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내수 부족으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잠재성장률 또한 하락 추세입니다. 정부가 개혁을 속도감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12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집무실에서 만난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75)은 우리 경제가 지표상 일부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인 부채가 경제를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도 중국처럼 빚(Debt), 디폴트(채무불이행·Default), 인구(Demography) 등 '3D'가 최대 현안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구조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대해선 "방향은 옳지만 속도가 문제"라며 추진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슈인 전국민 25만원 지급에 대해선 "저소득층 지원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25만원 현금 살포는 효과가 없고 재정만 축낼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은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 건이라며 금융위기로 전화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이사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보험료 차등 인상, 자동안정장치 도입 등에 대해선 긍정적 입장을 표시하면서도 "장기간 조금씩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연금 기금 안정 효과가 크지 않다"며 "운용수익률을 높이는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과 관련, 트럼프 후보의 당선시 엄청난 충격이 예상된다며 누가 당선되든'각자도생'의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이사장은 '국제경제 금융통'으로 통한다. 자산 11500조원의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재임 중 국내외 투자 다변화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기금운용 패러다임의 선진화를 이뤘고, 수익률과 경영 측면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제1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최초의 민간 출신 금융부처 수장을 역임하면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성공적 조기 극복에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경영학 석사, 경영학 박사를 취득 후 1980년대초 미시간 주립대 경영학 교수를 지냈다. 이어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15년간 활동했다. 1998년 한국 정부 초청으로 귀국해 경제부총리 특보와 국제금융센터 원장으로 활동하며 외환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우리금융그룹 부회장을 거쳐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 포스코 이사회 의장도 역임했다. 현재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K-정책플랫폼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위기를 넘어'(Beyond the Crisis) 등 다수의 국·영문 저서 및 논문이 있다. '아시아지역 올해의 CEO상', 청조근정훈장, '인디애나대학을 빛낸 국제동문상'(2013)도 받았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2%대 중반의 성장률, 물가의 2%대 하락 등 지표상으로만 보면 한국 경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되고 내수는 부진하며, 양극화는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국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일부 지표는 나름 고무적인 것도 있습니다. 금년 들어 수출이 잘되고 무역과 경상 수지 흑자가 나고, 물가 또한 잡히는 모습도 보입니다. 하지만 내수가 위축돼 있는 건 우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0~40년동안 잘 나가던 중국 경제가 최근 상당히 어려운 것과 유사합니다. 중국은 국가부채를 포함한 전체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높은 나라인데 부동산 부실로 인한 파장이 크죠. 우리도 국가부채,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합니다.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안되는 거죠. 여기에 우리 경제가 당면한 또다른 과제는 잠재성장률의 지속적인 추락입니다."
-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중국은 1인당 GDP로 보면 우리보다 한참 떨어집니다만 GDP 전체 규모로 보면 세계 제2위의 대국입니다. 중국이 당면한 문제는 '3D'로 축약되는데 우리도 그렇습니다. 첫째는 '빚(Debt)'입니다. 우리나라 국가부채에 가계부채를 더하면 3000조원에 이릅니다. GDP의 140%에 달합니다. 특히 국가 채무의 증가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두번째 D는 '디폴트(Default)'입니다. 중국이 부동산 부실로 어려움에 빠져 있듯 우리도 부동산 PF와 관련한 디폴트 문제가 있습니다. PF 대출이 200조원 규모인데 10~20%는 상환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체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줄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유의해야 될 건 작은 요인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세번째 D는 '데모그라피(인구학·Demography)'로 인구 문제입니다. 우리 합계출산율은 0.7로 1.2~1.3인 일본보다도 훨씬 낮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은 여러 영향을 미칩니다. 생산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 공급이 제대로 안되다 보니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 윤석열 정부는 자유시장경제의 확립,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 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2년여 윤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방향에 대한 이의는 없을 겁니다. 잠재성장률을 반전시키려면 노동이 있고 자본이 있고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들이 적극 투자하려면 규제를 완화해야 하고, 해외 투자자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오래전부터 이슈입니다. 노동 개혁을 통해 노동 부문의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노동 생산성은 미국의 절반 수준밖에 안됩니다. 금융 개혁을 포함해 방향은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개혁 프로그램이 그렇듯 방향 못지않게 속도와 실천 또한 중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선 지난 2년반동안 만족할 만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걱정되는 것은 5년 임기 중 정부가 개혁 추진 동력을 가질 수 있는 건 전반기뿐이라는 점입니다.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우리는 위기를 조기 극복한 나라로 꼽히는데, 당시는 다행히도 정부 집권 초기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그 시기 재정이 건전했습니다. 재정수단을 활용해 경제를 반전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었던거죠. 임기 하반기에 가면 개혁은 더더욱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거대 야당이 국회를 컨트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정부가 해야 될 일은 개혁 프로그램의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내용과 소통에 더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 정부와 여당은 재정건전화에 역점을 두는 반면 야당은 전국민 25만원 지급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국민 25만원 지급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양극화라는 또다른 과제가 있습니다. 이를 극복해 나가는 데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은 필요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쓰느냐입니다. 다른 나라나 우리의 과거 경험을 보면 현금 살포는 재정지출의 효과, 즉 소비 증가나 양극화 해소 면에서 미진합니다. 25만원씩 전 국민에 지급하려면 13조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꼭 이런 종류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더 시급한 계층에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맞습니다. 잘 사는 사람이나 못 사는 사람이나 똑같이 25만원씩 주면 양극화 해소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또 25만원이 소비로 이어지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라든지 급박한 상황에서는 미국도 현금을 살포한 적이 있죠. 그런 비상 상황이 아닌 지금 현금을 전 국민 대상으로 푸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태국 한 나라뿐입니다. 태국은 정치적 상황에 의한 포퓰리즘으로 현금을 살포하려 합니다. 중진국의 함정을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우리나라가 그런 정책을 펴선 안된다고 봅니다."
- 금융 부문은 부동산 PF 부실이 문제입니다. 부실 규모는 좀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는 리포트도 나왔습니다.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중소형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의 부실이 특히 문제인데 금융위기로 전화(轉化)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PF 대출은 우리 금융시스템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입니다. 자칫 터질 수 있는 문제를 만기 연장을 통해 끌어오고 있는데 어느 시점에선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본적 치유를 하려면 금융사 간 일부 통폐합도 이뤄지고 정리를 해야 합니다. 부득불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것이죠. 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는 옳은 방향이기도 한데, 그렇다 보니 과감하게 재정을 풀 수 있는 정책적 운신의 폭이 좁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좀 온기가 도는 데 PF 사업장들이 회복돼 적은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타이밍이 오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실자산(NPL) 비율이 20% 넘어가는 데 대해선 1차적으로는 해당 금융회사들이 자구노력을 더 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필요에 따라 정부가 추가적인 펀딩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통해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에도 미국 금융당국이 과단성 있게 초기 제어를 한 덕분에 금융시스템 문제로 확산이 안됐습니다. JP모건 같은 대형 금융사가 일부 인수하도록 하는 등 공적자금 투여 없이 금융시스템 내에서 흡수하도록 했는데 우리도 다양한 방안을 동원해 PF 부실이 전염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금융당국은 금융권 구조조정에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 상황은 수면위로 잘 드러나고 있지 않은데, 당국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금융위원회에서 일한 선배 입장에서 평가하기가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금융 구조조정은 장단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과감한 정책이 장점도 있지만 모럴 해저드를 야기해 원칙이 훼손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한꺼번에 부실을 해결하려 했을 때 야기되는 파장이나 재정적 부담도 감안해야 합니다. 조심스럽게 해야 되는 수술인거죠. 금융당국이 '로키'의 개혁으로 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 정부가 보험료율 차등 인상과 자동조절장치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놨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숫자를 포함한 안을 제시했다는 건 의미가 큽니다.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합니다. 1998년 이후 26년동안 보험료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평균수명은 2년에 1년 꼴로 늘어왔습니다. 평균수명이 10여년 늘었다는 것은 그전에 만들어놓은 연금시스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의미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보험료를 안 올렸다는 것은 연금 재정 건전성이 취약해졌다는 뜻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가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고 세대 간 형평을 기한다든지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안전장치를 넣는다든지 하는 노력은 평가할 가치가 있습니다. 연금 개혁보다 어려운 건 없습니다. 세대 간 갈등이 심하고,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 지급시기 연장은 당장 부담을 느끼는데 그 혜택은 한참 후에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 연금의 개혁안은 빠져 있습니다. 지금도 매년 적자 상태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적지 않은데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개혁의 내용을 완벽하게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한다면 더 복잡해지고 시간도 더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타깃을 정확히 맞춰 하는 게 그나마 진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로마 초대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가 '천천히 서두르라'라고 한 적이 있는데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차이가 있습니다. '천천히'라고 하면 개혁 프로그램에 더 완벽을 기하라는 뜻이겠죠. 구조적으로 더 포괄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짜라는 얘기입니다. 사실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은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이 더 심하지 않습니까? 여기에 퇴직연금도 포함해 큰 틀에서 개혁을 하라는 겁니다. 반면 '서두르라'는 얘기는 내용 못지 않게 속도가 중요하다는 의미거든요. 연금 개혁은 장기적인 연금 재정 안정, 세대 간 형평 등 핵심 과제들이 있습니다. 재정 안정과 관련해 지난 21대 국회말 여야 협상 때 정부가 기금 고갈 시기를 확실하게 좀 길게 가져가겠다고 했는데 이번 정부안은 기대에 비해 그렇지 않은 듯 합니다. 정부안은 보험료율을 장기에 걸쳐 조금씩 세대 간 차이를 두고 현재 9%에서 13%로 올리는 겁니다. 9%에서 13%로 한번에 올리는 게 아니라 조금씩 올리게 되면 연금 재정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그렇게 엄청난 건 아니게 됩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연금 보험료율은 18%로 우리는 아직 많이 못 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금 수익률을 더 높이는 일에 비중을 둬야 된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연금 수익률 높이는 게 쉽다는 뜻은 아닙니다.지난 10년간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은 연 5%가 안됩니다. 캐나다 연기금 같은 데는 연평균 수익률이 10%에 근접해 있어요. 정부 연금개혁안에는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는 방안이 포함돼 있습니다. 정부 안대로 개혁을 하더라도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할 경우 오히려 뒤로 갈 수 있는 소지도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미래 소득 보장을 위해선 기금 수익률을 높이는 게 필요합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세계 톱 수준의 전문 인력들을 확충해 1150조원의 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만 올리면 수익이 11조가 넘습니다. 2%면 22조원입니다.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보험료율을 2%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현재 연 5%가 조금 안되는 수익률을 7~8%로 올릴 수 있다면 기금의 지속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전주에 있는데 1년에 한번 서울에 들릴까 말까 하는 세계적 큰 손들이 전주까지 잘 안 내려가요. 공단 기금운용인력이 서울에 온다면 서울 국제금융허브를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젊은 층들은 연금 낼 돈으로 동학개미가 되든 서학개미가 되든 주식에 투자하면 더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왜 연금에 맡기느냐고 합니다. 내가 운용하는 것보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국민연금에 맡겨 운용시키는 게 기대 수익률이 높다면 젊은 세대의 연금 참여도가 훨씬 높을 겁니다. 이런 면에서도 연금 기금의 운용 역량이 개인과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줘야 연금 개혁에 더 동력이 생길 겁니다."
-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완전적립식의 '신연금'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연금개혁 이전에 납입된 보험료에 대해서는 기존의 확정급여형으로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되, 이로 인해 발생할 '구연금'의 재정부족분은 '신연금'과 분리하여 일반재정으로 충당하는 방안입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전문가적 양식을 갖고 대안을 냈다고 생각을 합니다마는 저는 개혁 프로그램 특히 민감한 요소를 안고 있는 케어 프로그램은 단순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KDI안은 국민들이 이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이견도 많이 노출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바꾸는 과정에서 당장 재정 소요가 들어가는 문제도 있고. KDI가 제안한 자기가 돈내서 투자 성과만큼 갖는 확정기여(DC)형은 해외에서도 하는 국가가 있습니다마는 그 결과가 꼭 좋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쉽게 접근하고 심플하게 접근하는 게 그나마 진전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 미국 대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가 유리할 것으로 보십니까?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아 있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가 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충분한 확신이 공유돼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통계를 보면 여성, 유색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들의 결집이 강화됐습니다. 트럼프가 유세 중 총탄이 스치고 지나간 것이 하나의 모멘텀이었다면 지금은 해리스 모멘텀이 올라가 있는 분위기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미국 선거제도는 주 단위의 선거인단에서 결정이 납니다.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등 6~7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에서 결판이 날 겁니다."
- 트럼프와 해리스 후보가 내세운 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해리스 후보는 많은 해외 언론도 지적하고 있습니다만 정확한 정책이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상당 부분 유지해 나가면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외교안보는 우크라이나와 나토를 지원한다든지 바이든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우방국과 더불어 가는 노선으로 갈 것입니다. 경제 통상 정책에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사회 부문에서는 '기회의 경제'라고 해서 민주당 내에서도 좀 더 진보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성의 낙태권이나 인권, 기후변화 이슈에 더 중점을 둘 것입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주목할 겁니다. 트럼프는 중국이 주요 대상입니다마는 60%, 10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는 식의 관세 폭탄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충격이 올 겁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공식적으로 약달러를 선호합니다.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서죠. 하지만 약달러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율을 높아지고, 물가를 잡으려면 결국 금리를 높여야 하니 달러가치는 오히려 높아집니다. 이처럼 트럼프 정책은 자가당착적이라는 평가도 나오죠. 트럼프가 당선이 될 경우 안보, 경제 전반에 걸친 충격이 훨씬 더 클 겁니다."
-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를 지속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안보가 가장 걱정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비책은 없겠습니까?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세계에는 결국 각자도생의 시대로 갈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우리의 생존력을 높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살아남는 것이고,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런 면에서 경제가 중요합니다. 또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대북 관계 등에서 오히려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트럼프는 실용적 접근을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재정이 좀 악화된다는 부담은 있습니다만 미군 주둔 비용을 좀 더 내고 덜 내고는 사실 엄청난 부담은 아닙니다. 과감하게 더 내고 북핵 억제 능력을 키우는 레버리지를 살릴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튼실한 국가고 믿을 만한 국가라는 믿음을 갖게 만들어야 합니다.이 과정에 일본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동북아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전역에서 미국이나 유럽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가 일본이거든요. 일본과의 관계를 공고하게 가져가는 것은 우리의 안보와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정치권에서 걸핏하면 반일몰이를 하는 것은 자해행위입니다."세계와 동북아 질서가 변하고 있는데 일본과의 척짓는 행동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북한 중국 러시아가 좋아할 일을 한다 하면 서방 세계에서 볼 때 믿을 만한 파트너가 못 되는 거죠. 이 부분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등으로 인해 세계질서는 격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계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극심한 환경에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만 하더라도 이상한 방향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세계질서는 상당히 달라질 겁니다. 중동의 질서도 미국이 이스라엘에 어떤 입장을 가지느냐에 따라 변화할 겁니다.새로운 냉전 시대 누가 미 대통령이 되든 중국과의 긴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겁니다. 미 국민 70% 이상이 압도적으로 대중 강경 정책을 원합니다. 두 후보가 경쟁적으로 대중국 강경 노선을 보이는데 미중 관계가 쉽게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세계 질서 특히 동북아 질서는 중국 러시아 북한이 유착이 굳어가는 가운데 미중 긴장관계가 지속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봅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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