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누군가에겐 그림의 떡”
[KBS 제주] [앵커]
시대적 문제,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한 기획 순서입니다.
기업체 등에서 점차 육아휴직 제도가 확대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누리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도, 활용할 수 없는 이들의 고충을 안서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7살 아들을 키우는 이 30대 여성은 입사 5개월 만인 지난 2월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근무한 지 6개월이 지나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보니, 사측에서 미리 부담을 느끼고 내보낸 겁니다.
[고희라/가명 : "'선생님이 육아휴직을 하면 어딘가에서 대체 선생님의 월급이라든지 이런 걸 가지고 와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환경이다. 그래서 우리는 선생님이 나가주셔야 새로운 사람 뽑아서 일을 할 수 있다'고."]
남편에게 육아를 맡기고 싶지만, 남편 역시 상황은 여의치 않습니다.
[고희라/가명 : "남자들은 육아휴직 쓴 이력이 없대요. 다들 쓸 수 있지만 쓸 수 없는 거죠."]
중소기업에 10년 넘게 다니고 있는 이 40대 남성은 7살·3살 아이 둘을 키우고 있지만 육아휴직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양진수/가명/음성변조 : "(회사가 대체인력을) 뽑지 않고, 옆에 동료에게 일을 나눠주거든요. 그러면 휴직 가는 사람으로서는 굉장히 미안하고."]
육아휴직을 썼다 업무상 불이익을 받은 동료들도 양 씨의 마음을 붙든 이유 중 하나입니다.
[양진수/가명/음성변조 : "전혀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려고 한다거나 다른 업무를 시키거나 그동안 해왔던 업무와 별개의 일들을 또 추가로 한다든지 아니면 갑질이 있다든가."]
육아휴직이 많이들 정착됐다고 하지만, 공무원이나 대기업이 아닌 회사원들에겐 여전히 먼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제주도 내 기업 447곳을 대상으로 일·생활 균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 제도가 있는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더욱이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근로 시간을 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3곳 중 1곳만 있었습니다.
가족 돌봄 휴가나 돌봄을 위한 근로 시간 단축 제도가 없는 기업도 70%에 달했습니다.
[선민정/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 "5인 미만 사업체가 80% 이상이다 보니까 영세한 기업들이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일·생활 균형 지원을 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별도 예산이 들지 않는 '유연근무제'부터라도 적극 도입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하기에 앞서, 있는 제도부터 점검이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박미나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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