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묵의 디톡스] 기후문제에도 정의로와야 할까?
지난 9월 7일은 어떤 날이었을까? 나무위키에 따르면 이날은 사회복지의 날, 곤충의 날, 푸른 하늘의 날이라고 한다. 이 중 ‘푸른 하늘의 날’은 우리 정부가 제안해서 UN에서 채택된 최초의 UN 기념일이자 국가 기념일이라고 하니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다.
2019년 9월 뉴욕에서 개최된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최초로 제안하고, 같은 해 12월 UN 총회에서 채택된 이 기념일은 미세먼지 등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전 세계가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날이다. 정식 명칭은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International Day of Clean Air for blue skies)’이다. 올해 환경부와 외교부 주최로 기념식을 개최했으며, 환경부 소속기관과 각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와 대비되는 기후정의행진의 ‘세상을 바꾸자’라는 전국적 집회가 언론의 주목을 더 받았다. 이 집회는 2022년 9월에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수 많은 ‘기후시민’이 ‘기후부정의(氣候不正義)’를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기후정의행동’을 중심으로 매년 9월 7일에 3년째 실시하고 있고, 푸른하늘의 날 제정 이전인 2019년에도 행진이 있었다. 올해 서울에서는 강남에서 30도가 넘는 땡볕에도 3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고, 전국에서 동시다발 행진이 있었다.
예전 집회는 서울시청 앞 등 도심에서 열렸던 데 비해 이번에는 강남 테헤란로를 거쳐 삼성역까지 행진하면서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의미로 도로 위에 죽은 듯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였다. 행진 코스에 구글코리아, 쿠팡 로켓연구소, 포스코센터 등이 포함되었는데,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빅테크 기업, 기후재난 속에서 노동자가 잇따라 죽어가고 있는 쿠팡,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포스코 등에 대한 항의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기후문제에 관한 행진에 노동문제를 포함한 것은 ‘정의’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올해는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어린이·청소년이 스스로 모여 둘 셋씩 참가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청소년의 환경운동은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촉발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시위’가 전세계로 확산한 바 있어 우리에게도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올해 어린이·청소년이 기후문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일부 승소한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원고가 됐고, 그 이후 2022년 62명의 ‘아기기후소송단’ 등 4건의 소송이 묶여서 진행됐다.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너무 낮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지 못한다며 ‘탄소중립기본법’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지난 8월 29일 정부의 기후 대응이 헌법에 일부 어긋난다는 판결을 받았다. 헌재는 한국 정부가 2030년 이후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점까지의 감축목표에 대해 정량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실효적으로 감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따라서 탄소중립기본법의 조항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고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정부는 2026년 2월까지 새로운 기후대응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법적 기준으로 탄소 배출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헌재에서는 2030년까지의 목표치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으니, 대체적으로 일반인 입장에서 합의가 가능한 수준의 정부의 문제는 2030년 이후 2050년까지의 구체적 목표가 없다는 점과 함께, 제시한 목표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윤석열정부 들어 강릉과 삼척 등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가 건설·가동되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하향조정하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 관련 내용도 기본계획에서 사라져버렸다. 2030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할당된 예산인 연 18조 원도 외국 기관에서 추산한 78조 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석탄발전소 폐쇄나 내연기관 자동차 축소로 인해 해당 산업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 “노동자는 기후위기로 인한 석탄발전소 폐쇄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탄소중립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지역이나 산업을 지원하면서 일자리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필요하며 또한 가능하기도 할 것이라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커져가고 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인해 정부가 새롭게 설립해야 할 기후대응 대책은 기후위기의 직접적 피해자가 될 미래 세대인 어린이·청소년과 산업전환에 따라 피해를 입게 될 지역과 노동자를 배려하여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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