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취약한 청소년 심리 악용…온라인 그루밍 대책은?

송재윤 작가 2024. 9. 1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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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판단능력이 미숙한 미성년자들을 교묘하게 꾀어 동의한 것처럼 가장한 뒤 성적으로 착취하는 범죄, 이른바 온라인 그루밍이 최근 기승입니다.


자신이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고, 2차 가해 우려도 커서 신고를 꺼리는 피해자들이 많은데요.


성동청소년성상담센터 한송이 센터장과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센터장님 어서 오세요.


청소년 그루밍 성범죄 해마다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지금 얼마나 심각한 상황일까요?


한송이 센터장 / 성동청소년성상담센터 '마음 봄'

2022년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시민감시단에서 35개의 온라인 플랫폼을 조사한 결과, 온라인 그루밍 범죄가 2019년에는 239건이었지만, 2021년에는 무려 1,887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루밍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그루밍이 다른 성범죄로 이어지는 시작점일 뿐이고, 범죄 피해를 극단적으로 확산시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3년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에서 지원한 피해사례 중 성착취물, 의제추행 및 의제강간 등과 같이 그루밍과 관련된 범죄가 약 38%를 차지했습니다. 


그루밍은 폭행이나 협박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조차도 범죄 상황을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드러나지 않은 피해도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현아 앵커

범죄가 주로 어떤 경로로 이루어지는 건지, 그리고 아이들이 어떤 심리를 이용하는지도 궁금한데요. 


한송이 센터장 / 성동청소년성상담센터 '마음 봄'

그루밍은 처음에는 호감 표시, 공통 관심사 공유, 필요한 정보 제공, 친절한 접근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 최소 5%에서 최대 12% 정도의 청소년들이 낯선 사람으로부터 기프티콘과 같은 작은 선물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누군가가 나한테 대화가 잘 통한다, 친해지고 싶다, 보고싶다고 하면서, 부담 없는 선물까지 챙겨주면 기분 좋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상대방을 의심하지 않고 좋은 사람이라고 믿게 되는 거죠.


특히나 외롭고 기댈 곳이 필요한 정서적으로 취약한 청소년이라면 더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울증 갤러리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청소년의 정서적 취약점을 악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가해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 뒤 성적착취를 일삼고, 이를 폭로하지 못하는 수법을 사용합니다.


길들여지다 보니 아동·청소년인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를 인지하지 못하고, 보호자, 선생님, 친구 등 제3자에 의해 피해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니까 굉장히 힘든 상태에 있는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다가와서, 완전히 영혼을 사로잡아버린 정말 잔인한 수법의 범죄인 것 같은데, 이렇다 보니까 2차 가해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제도가 있을까요?


한송이 센터장 / 성동청소년성상담센터 '마음 봄'

디지털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아동청소년들에게 온라인 상에서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길거리의 위기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든 아동청소년들이 위험에 노출됩니다.


하지만 금지시켜야 하는 것은 스마트폰 사용이 아니라, 미성년자에게 성적인 접근을 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피해자가 도움받는 걸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2차 가해는 가족이나 친구, 선생님처럼 가까운 사람들로부터도 발생할 수 있고, 수사기관, 사회, 심지어 언론보도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 전체가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깨고, 피해자를 온전히 지지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혐오를 근절해야 합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사, 법률, 의료, 심리, 생활 지원에 관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피해가 발생했다면 최대한 빨리 이런 제도들을 활용해 피해자의 회복을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가해자가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으며 도움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피해자는 그게 누구든지 간에 온전히 지지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청소년 그루밍 성범죄 막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대책은 뭐라고 보십니까?


한송이 센터장 / 성동청소년성상담센터 '마음 봄'

우선, 오프라인 그루밍도 처벌할 수 있도록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 수 있도록 성범죄에 대한 비난과 책임은 반드시 가해자에게 돌리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성교육의 확대와 국민 인식 개선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양육자와의 관계가 어려운 피해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보호입니다.


현재 법정대리인에게 알리지 않고는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기 어려운 구조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범죄수사규칙 개정이 필요합니다. 


물론 아동청소년의 최선의 이익은 법정대리인이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상담원, 변호사, 수사관 등이 대신할 수 있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우선 신고를 하고 지원 과정 중 여러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시점에 법정대리인에게 알릴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합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피해를 막기 위해 가정과 학교에서는 어떤 교육과 지도 필요할까요?


한송이 센터장 / 성동청소년성상담센터 '마음 봄'

실제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한 번 이상 받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그루밍 초기 단계에서 거절하는 비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식의 교육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나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내 아픔에 공감하고, 내 일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 줄 것이라고 믿게 해주는 것이, 단순히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범죄에 대한 책임과 비난은 모두 가해자에게만 향해야 하고, 피해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죠.


성 착취는 실수나 놀이가 아니라 범죄임을 명확히 하고, 취약한 상대에게 함부로 성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캠페인 등이 필요합니다.


서현아 앵커

최근 딥페이크도 정말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센터에서 최근에 또 이와 관련한 예방교육을 특별 편성해서 운영하고 계시다고요.


한송이 센터장 / 성동청소년성상담센터 '마음 봄'

저희는 성동구에서 청소년의 성에 대한 상담과 교육을 진행하는 성상담센터인데, 최근의 사태로 많은 분들이 큰 충격을 받았고, 동시에 청소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은 시기입니다. 


그래서 교육을 통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와 대처 방법을 알아보고, 좋은 어른으로서 우리가 청소년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강조하는 점은, 청소년들이 피해를 입거나 고민이 생겼을 때 언제든지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전문적인 도움은 언제든 저희 센터에 연락해 주시면 되고, 보통의 어른들이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도와줄게. 이제 안심해도 돼."라는 말을 진심으로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교육은 아이들이 범죄에서 지키는 데도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이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청소년들이 많이 있을 것 같거든요.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송이 센터장 / 성동청소년성상담센터 '마음 봄'

상대방을 믿었던 것은 순수했던 것이지 어리석은 게 아닙니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고, 사진을 주고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지 잘못한 게 아닙니다.


잘못은 오로지 그걸 악용한 가해자에게 있습니다. 


피해가 발생했다면 자책하지 말고 도움을 청하는 게 좋습니다.


가족, 친구, 선생님, 경찰관 등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거나,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문 기관에 연락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전화 상담 중 상담원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다른 선생님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셔도 되고, 다른 기관에 연락해도 됩니다.


여러분을 도와줄 사람이 반드시 있다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피해자를 돕기 위해 준비된 전문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절대 여러분의 고민을 사소하게 여기지 않고, 여러분의 편에서 적극적으로 도와드릴 겁니다.


그러니 피해가 발생했거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혼자서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말고 꼭 연락해 주세요. 


서현아 앵커

여러 번 강조해 주셨지만 잘못은 피해자가 아니고 이 취약한 심리를 악용한 가해자들에게만 있는 겁니다.


이거 꼭 기억하시고 또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인 개선책도 시급히 보완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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