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메타버스로 방사선 안전 지키자
최근 산업현장의 방사선 피폭 사고가 불거지면서 방사선 안전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방사선은 인간의 오감(五感)으로는 전혀 알아챌 수 없는 '유령의 빛'이다. 과학적으로는 빛이지만 밝게 빛나는 것도, 온도가 감지되는 것도, 압력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병원에서 촬영하는 X-레이, CT(컴퓨터 단층촬영)도 방사선을 사용하지만, 이때는 안전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순한 양'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공포의 대상이 된다.
과도하게 방사선을 쪼이면 암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즉사할 수도 있다. 방사선이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X-레이 같은 인체 영상촬영 장치, 기계나 항공기 등을 분해하지도 않고 내부의 균열 여부를 알 수 있는 측정 장비 등 현대 첨단장비 곳곳에 방사선이 사용된다. 그래서 제대로 방사선을 관리하지 않으면, 작업자나 일반인이 피폭돼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방사선 피폭 피해 사례는 많다. 오래 전 어느 지방 대학에서 학생이 방사선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곳에 잘못 들어갔다가 피폭돼 며칠 만에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방사선을 방출하는 이리듐이나 코발트를 보석으로 착각한 한 중소기업 직원이 몰래 훔쳐 갔다가 손부터 괴사가 일어나기 시작해 며칠 만에 사망했다. 방사선은 엄격하게 통제하며 잘 쓰면 약이지만, 관리를 잘못하면 인명을 해치는 흉기로 돌변한다.
방사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관리 기술과 체계는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문제는 방사선 관리가 수십년동안 이어져온 아날로그 방식이라는 점이다. 방사선 검출기로 공간 어느 곳에서 방사선이 나오는지 찾아낸 뒤 커다란 위험표시 스티커를 붙이거나 출입통제를 하는 것이 관리 방법의 전부다.
이 분야에서는 메타버스(인공지능이나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등 첨단기술의 융합) 기술 등 최첨단 기술의 접목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첨단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을 지키고, 작업 효율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이제 방사선 안전기술의 패러다임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 메타버스기술을 융합해 방사선 피폭 피해가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기술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학계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첫째, 방사선을 사용하거나 방사선을 방출하는 산업 현장에서 방사선이 뿜어져 나오는 광경과 방사선이 도달하는 범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예컨대 고글 등 특수 안경을 착용한 채 방사선 구역을 쳐다보면 시야에 방사선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과 범위가 영상으로 나타나 작업자가 방사선을 피할 수 있게 하자. 방사선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하자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마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도 연구를 위해 '메타버스 기반 방사선 안전 ICT 연구센터'에서 관련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둘째, 방사선 검출기의 국산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지금은 대당 몇억원이나 하는 초고가 방사선 검출기를 외국에서 사 올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만약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한 방사선 관리 기술을 개발한다면 외국산보다 수백분의 1의 값싼 국산 초소형 방사선 검출기로도 방사선 피폭을 예방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방사선이 방출되는 구역이 있다고 치자. 거기에 초소형 검출기를 조밀하게 설치해 놓으면 방사선 피폭 가능 지역을 파악하기 쉽다. 작업자가 특수 고글을 쓰면 방사선 피폭 구역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작업할 수 있다. 국산 방사선 검출기도 시장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되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방사선 방출 전국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방사선을 사용하는 산업현장뿐 아니라 자연 상태의 토지에서 방출하는 라돈 등 방사선 지도를 완성해 방사선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켜야 한다. 라돈은 공기 순환이 안되는 지하 주차장에 잘 축적되기 때문에 이 또한 국가가 방사선 점검 영역으로 삼아야 한다. 방사선을 눈으로 보는 시대를 열면 방사선 피폭을 막아 안전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급발진" 갑자기 인도 돌진한 벤츠…60∼70대 2명 심정지
- 30대女 당황 “‘반반 결혼’ 대세라지만…남친 부모님이 ‘집값’ 딱 절반만 해오라고”
- 알몸에 상자 걸친 채 "가슴 만져보라"던 여성 혐의 부인…"음란행위 아냐"
- 성관계하던 중 여성 BJ 살해한 40대 남성, 범행 직후 사체에 한 몹쓸 짓
- 스위프트 `해리스 지지` 선언에 표심 들썩…960만명이 `좋아요` 눌렀다
- 이스라엘, 이란 석유시설 대대적 폭격 검토…WTI 5.1% 급등했다
-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안 이달 결론"
- LG표 노하우 전수하니 스타트업 매출 `쑥`
- 불어나는 부실채권… 은행권 지표 악화
- 증시 `극과 극`… 中 포모·韓은 외인 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