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년만에 원전 건설, 만시지탄이나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경상북도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부지. 현재 기초 터 닦기 작업이 이뤄진 상태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 허가가 나면 굴착 등 본격적인 건설 작업이 시작되게 된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연합뉴스]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이 마침내 허가를 받았다. 국내 원전 건설허가는 2016년 6월 새울 3·4호기(당시 신고리 5·6호기) 이후 8년만에 처음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2일 제200회 회의를 열고 신한울 3·4호기의 건설허가안을 의결했다. 경북 울진군에 1400㎿(메가와트)급 가압경수로형 원전 2기를 2032∼2033년까지 짓는 사업이다. 약 11조70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다. 원전 모델은 APR1400으로 현재 운영 중인 새울 1·2호기, 신한울 1·2호기와 기본 설계가 동일하다.

이번 원전 건설 허가는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에 의해 쑥대밭이 된 원전 생태계를 본격 복원시키는 계기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6년 1월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건설허가를 신청했으나, 2017년 문 정권 당시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라 건설사업이 중단됐고, 심사도 멈췄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7월 사업 재개를 선언하면서 심사가 재개됐다. 원전 건설허가는 설계를 바탕으로 안전성을 심사해 착공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로, 원전 본격 가동에 앞서 이뤄지는 운영허가와 함께 원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다. 날씨 등에 따라 변동성이 심한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와 달리 원전은 안정적인 전력원이다. AI(인공지능) 시대 도래와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등으로 예상되는 전력 수요 급증에 부응할 수 있다. 게다가 원전은 석탄 발전 등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발전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세계는 바야흐로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프랑스 등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던 국가들도 속속 원전으로 유턴하고 있다. 프랑스는 2050년까지 신규 원자력발전 14기를 건설하고, 원전 종주국인 영국도 8기를 새로 짓기로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에 건설 중인 원전은 61개에 달한다. 90개는 계획 단계이며, 300개 이상이 건설 고려 단계다

특히 이번 국내 원전 건설 재개는 원전 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 정권 시절 탈원전 정책으로 애써 키워왔던 국내 원전 산업은 생태계가 무너지며 고사 직전까지 몰렸었다. 원전업계는 국내에 원전을 짓지도 않으면서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급 대형 원전 2기를 짓는 24조원 규모의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원전은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전략 산업이기도 하다. 이번 원전 건설 허가는 만시지탄이나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