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전주 유죄’ 김건희 여사 기소는 불발?…檢 “단순비교 안돼”
전주 방조혐의 인정에 김 여사 사법처리 요구 한층 커질 듯
서울중앙지검 “일률 판단 안돼…판결문 검토해 수사에 참고”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전주(錢主)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건희 여사와 외관상 동일한 역할을 한 인물의 방조 혐의가 인정되면서 영부인에 대한 사법처리를 두고 검찰과 정치권이 또 한번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계좌가 활용당한 것"이란 논리와 함께 1심에서 전주가 무죄를 선고받았던 점을 부각해왔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히며 김 여사 소환조사와 기소 처분에 대한 목소리가 한층 커질 전망이다. 다만 검찰은 유죄 선고를 받은 전주와 김 여사 가담 행위가 다르다며 일률적인 판단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100억 건넨 전주, 1심 '무죄'→2심 '유죄'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는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 당시 100억원대 자금을 댄 전주 손아무개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손씨에 대해 "다른 피고인들이 인위적으로 시세를 부양하기 위해 매매 성황 오인·매매 유인 목적으로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았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손씨는 단순히 피고인들에게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라, 피고인들이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편승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해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한 뒤 주가 부양에 도움을 주는 등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했고 그에 따라 주식 시세가 증권시장의 정상적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되지 않아 선의의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손씨는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2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방조 혐의를 추가했고, 재판부도 이를 인정하면서 유죄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의 주범이자 핵심 피고인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1심의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벌금 5억원보다 형량이 늘었다.
권 전 회장 등과 시세조종 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은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4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포' 김아무개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증권사 전·현직 임직원 4명에게도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도이치모터스와 무관하게 아리온테크놀로지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실질적 운영자 이아무개씨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09∼2012년 차명계좌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통정·가장매매 등을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法, 김건희 모녀 계좌 활용 확인했지만…'기소' 불투명
주가조작 공범을 줄기소한 검찰은 2020년 4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김 여사에 대해서는 4년 넘게 소환도, 기소도, 무혐의 처분도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월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김 여사를 대면 조사하면서 해당 사건과 관련한 김 여사 측 진술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손씨 등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지켜본 후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결국 2심에서 전주의 유죄가 인정됨에 따라 김 여사 추가 소환이나 사법처리를 압박하는 여론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제출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종합의견서에는 김 여사와 그의 모친 최은순씨가 시세조종 행위로 총 23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돼 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전체 주가조작 기간 중 1차 작전 시기(2009년 12월23일~2010년 10월20일)와 2차 작전 시기(2010년 10월21일~2012년 12월7일)를 나눠 판단했다. 두 시기 시세조작 행위를 주도한 '주포'가 다르고, 범행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1차 작전 시기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했지만, 2차 작전 시기는 각 시세조종 행위별로 유·무죄 여부를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여사의 공모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지만,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시세조종에 활용됐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특히 주가조작 1·2차 작전에 모두 동원된 계좌는 김 여사와 그의 모친 계좌가 유일하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도 시세조종에 동원된 것으로 인정된 계좌는 1심과 일부 차이가 있다면서도 "다만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김 여사 계좌가 활용됐다는 결론에는 이견이 없는 셈이다.
1심 판결 직후 손씨의 주가조작 가담 행위 무죄를 방패 삼아 김 여사를 엄호하고 나선 대통령실도 추석을 앞두고 나온 이날 판결을 예의주시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대통령실은 "2년 이상 탈탈 털어 수사하고도 (김 여사를) 기소조차 못한 사유가 판결문에 분명히 드러나 있다"며 "추미애·박범계 장관 시절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김건희 여사의 구체적인 가담 사실을 특정할 내용이 전혀 없어 공소사실을 작성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매수를 유도' 당하거나 '계좌가 활용' 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김 여사의 무혐의를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주 손씨의 유죄 판결이 나온데 대해 "손씨 사례와 김 여사 사례는 각각 사실관계가 전혀 달라 단순 비교해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각 사실관계에 맞는 증거와 법리를 적용해 검토하는 것이 필요해 판결문 내용과 법리를 면밀히 검토해 진행하고 있는 사건의 수사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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