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돌봄과 학습 ‘제2학교’…맞벌이 부모 한숨 덜었다
- 시교육청 직영 학교장·전담인력 배치
- 모듈러교실·자연학습장·도서관 갖춰
- 신도시 7개 초등생 최대 500명 수용
- 영·수부터 예체능까지 프로그램 다채
- 평일 오후 8시까지…토요일도 운영
정부가 저출생 해법으로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보살핌·학습)를 도입한 가운데, 부산시교육청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용학교’를 설립해 눈길을 끈다. 지역 내 인근 학교 학생들을 모아 양질의 수업과 보살핌을 제공하는 거점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늘봄’의 완성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오후 1시50분께 찾은 부산 강서구 명지동 ‘늘봄전용학교’는 최대 5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모듈러교실 20개와 운동장, 자연학습장, 도서관 등을 갖췄다. 오후 2시가 되자 늘봄전용학교 안으로 통학 버스들이 들어섰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정규수업을 마친 1~3학년 학생들이 탄 차량으로, 안전 도우미가 하차를 도왔다.
늘봄전용학교로 들어선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각자 교실에서 음악줄넘기 방송댄스를 하며 신나게 몸을 풀었고, 영어·수학 등을 학습하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곳곳에 조성된 상상놀이터에서 자유롭게 쉬어가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 채민지(38) 씨는 “맞벌이를 하는데 우리 학교의 늘봄학교에 선정되지 않았다. 아이들을 돌봐줄 곳이 필요해 늘봄전용학교에 신청했다”며 “진짜 학교를 옮겨놓은 것 같아 안심이 되고, 1만 ~2만 원에 다양한 프로그램도 수강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부담도 덜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늘봄전용학교는 늘봄학교 수요는 많은 반면, 단위 학교에서 희망자를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명지동의 사정 등을 고려해 만든 새로운 모델이다. 부산시 부지를 3년간 무상으로 임대해 보살핌·학습형 늘봄을 제공하는 독립된 공간을 구축하고, 지난 1일부터 남명초 명문초 명원초 명지초 명호초 신명초 오션초 등 7개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희망자를 받아 임시 운영에 돌입했다. 등록자는 총 230명인데, 입소문을 타고 신청자가 계속 늘고 있다.
늘봄전용학교는 시교육청 직영으로, 별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제2의 학교’나 다름이 없다. 단위 학교처럼 업무를 총괄하는 교장도 둔다. 시교육청은 최근 공모를 통해 초등학교 퇴직 교장을 늘봄학교장으로 임명했다. 아울러 늘봄지원실장, 늘봄실무직원, 늘봄전담사, 통학차량 안전도우미 등 전담 인력 28명도 배치했다.
늘봄전용학교에서는 시교육청이 개발한 한글놀이·놀이수학·놀이영어 등 교재를 활용한 수업뿐만 아니라 놀이예술·영어 뮤지컬·음악줄넘기·펜싱·AI 로봇 등 32개의 다양한 학습형 늘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평일에는 방과 후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열고, 24시간 긴급보살핌늘봄센터도 겸한다. 단위 학교의 늘봄학교와 달리 주말인 토요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운영한다.
시교육청은 강서구 명지에 이어 내년 3월에는 기장군 정관에 두 번째 늘봄전용학교를 설립한다. 기존 학교 시설을 활용한 거점형 늘봄전용학교 조성 또한 계획 중에 있다. 하윤수 시교육감은 “명지늘봄전용학교는 교육과 돌봄의 국가 책임을 강화해 학부모들의 자녀 양육 부담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며 “늘봄의 완성, 전국 최초 늘봄전용학교 개교를 계기로 우리 교육청은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 아이 교육하기 좋은 부산’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늘봄학교 모델을 구축해 나가는 시교육청의 행보에 부산 안팎의 관심도 크다. 이날 오후 2시30분 열린 개교식에는 하 교육감과 박형준 부산시장, 오석환 교육부 차관을 비롯해 학부모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축사와 축전을 보냈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부산은 이미 1학기부터 전체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며 양질의 프로그램, 지역의 적극적 협력, 재능기부 릴레이까지 늘봄학교가 안착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명지늘봄전용학교가 또 하나의 성공 사례가 돼 전국의 신도시를 비롯한 인구 밀집 지역에 좋은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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