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건희 연관·무자격’ 업체 위법 뭉갠 감사원을 감사하라
감사원이 12일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혹 감사 결과 관련 법령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관여 여부는 규명조차 하지 않고, 대통령비서실 등에 앞으로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주의’ 조치만 내렸다. 감사 기간을 7번 연장하며 시간 끈 의도가 김 여사 의혹에 면죄부를 주려 한 것인지 물을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는 2022년 10월 대통령실·관저 이전에 대한 국민감사 청구를 냈다. 감사원은 이전 비용 책정·집행 의혹 등은 제외하고 이전 결정 과정의 직권남용 여부, 이전 공사 과정의 부패 행위 등 두 가지만 감사했다. 감사원은 이전 결정 과정에 ‘국방부가 대통령실과 긴밀히 소통했다’고 판단했다. 이전 공사와 관련, 56건의 계약이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는데 이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담당한 21그램은 의혹투성이다. 이 회사는 김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였다. 관저 공사는 예산이 확보되지도 않고 준공도면도 없이 공사가 시작돼 법령상 절차를 위반했다. 감사원은 관저 증축 과정에서 사우나와 드레스룸을 설치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무자격 업체의 증축 공사를 제대로 문제 삼지 않았다. 감사원은 김 여사를 상대로 업체 선정 과정에 대해 묻지도 않고, 21그램 선정에 문제없다고 결론을 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법에 따라 준공검사를 받고, 준공검사조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비서실은 준공검사도 없이 준공검사조서를 작성했다. 최종 증축 내역이 담긴 관저 도면은 작성되지 않았다. 무엇을 감추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특히 조작은 명백한 불법이다. 그런데 감사보고서는 “비서실이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주의’ 조치를 했다. 준공검사조서 조작에 연루된 이들은 허위공문서 작성·직권남용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돼야 할 사안인데, 이게 사소한 절차 위반으로 얼렁뚱땅 덮을 일인가.
윤석열 정부에서 감사원은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하고 있다. 월성 원전,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등 전 정부나 야권 인사들은 전방위 표적감사를 하고, 현 정부 일은 노골적으로 봐주고 있다. 감사원 존재 이유인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되는 걸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 국가 최고감찰기관이라 할 수도 없다. 대통령실과 감사원은 ‘감사원을 감사해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이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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