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전주' 방조 유죄 근거는…작전 인식·투자 양상 등 작용
손해 항의 문자에 "자기 책임하 투자 아냐…주포가 확신 줬던 것"
"다른 공격적 투자와 패턴 달라…이익 추구, 방조 유인 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12일 '전주'(錢主) 손모씨의 시세조종 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데에는 투자 당시 손씨의 인식과 평소 투자 양상 등이 근거가 됐다.
이에 따라 손씨와 비슷한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사법 처리 여부에서도 이같은 쟁점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는 이날 손씨의 방조 혐의를 일부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손씨는 자신과 배우자, 그가 운영하던 회사 명의 계좌 총 4개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거 매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당초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시세조종 공범으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손씨에 대해 "이른바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던 것으로 보이긴 하나 이에 편승에 주식을 매수하고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의도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짐작된다"며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일부 주문이 고가에 매수되거나 우연히 통정매매로 분류됐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타인에게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하거나 시세를 변동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볼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큰손 투자자에 해당할지언정 공모해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손씨가 '주포' 김모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면 추천으로 주식을 샀다가 손실이 발생하자 추궁하고 화를 내거나, 대량 매수를 과시하는 데 그친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런 1심 판단을 수긍했다. 다만 이런 사정들이 2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추가된 방조 혐의를 인정하는 데에는 근거가 되거나, 적어도 장애로 작용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형법상 방조란 정범의 범행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용이하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손씨의 행위가 이러한 법리에는 부합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손씨가 다른 피고인들의 시세조종 행위를 알았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결국 손씨는 단순히 정범들에게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라 서로의 이익을 위해 주가 부양에 도움을 주는 등 이들의 행위를 용이하게 했다"고 인정했다.
손씨가 투자 손해에 대해 김씨를 탓한 것을 두고는 "이런 언행은 단순히 종목을 추천받아 자기 책임하에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김씨가 시세조종을 하고 있으므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손씨에게 확신을 줬고, 손씨는 이를 믿고 대량 매수했다가 큰 손실을 보고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게되자 김씨를 심하게 탓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모 혐의를 부인했던 근거가 오히려 방조 혐의를 인정하는 논거로 활용된 셈이다.
재판부는 손씨가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 한 것이라는 반론에는 "이익 추구 의사가 방조 의사를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거나 양립 불가능한 사정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시세조종이 더 크게 성공하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손씨 입장에서는 범행을 방조할 유인이 되기도 한다"며 배척했다.
손씨의 '공격적 투자 성향'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실제 그가 매매했던 다른 주식 종목에 대한 투자 양상과 구체적 비교를 통해 차이가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재판부는 "손씨는 보통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 1개월 내에 거래를 마쳤고, 가장 긴 종목도 4개월을 넘지 않았으나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2년 넘는 기간 장기 보유·투자했다"며 "그나마 오래 투자한 다른 종목은 도중에 매도해 차익을 확보한 후 다시 매수하는 단기 매도·매수 패턴을 보였는데, 도이치모터스에서만 유독 이런 패턴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손씨가 자금 사정으로 어려울 때 정범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정황 등을 방조 혐의를 인정하는 근거로 들었다.
이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김 여사의 처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 여사는 손씨와 마찬가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계좌가 동원된 '전주'로 지목돼 왔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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