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일방적 승리”… 토론 후 민주 선거자금 모금 쇄도 [美 대선 TV토론 후폭풍]

홍주형 2024. 9. 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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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 ‘엇갈린 희비’
바이든 참패 설욕 해리스 ‘판정승’ 평가
온라인 기부 4300만弗 모금 ‘일일 최다’
트럼프 측근들 “시간 허비… 실망이다”
케네디 주니어·머스크마저 “해리스 승”
美 전역에서 6700만명 생방송 지켜봐
스위프트, 해리스 지지도 선거 변수로

미국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토론 이후 민주당이 쑥대밭이 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공화당과 트럼프 캠프의 분위기가 흉흉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하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며 “우리는 3대 1로 맞섰다”며 자신이 이긴 토론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했다. ABC뉴스 사회자들이 해리스 부통령 편이었기 때문에 토론이 불리했다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현지 주민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영되는 대선 후보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공화당은 대체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니콜 말리오타키스 뉴욕주 하원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매우 잘하고 있고 그의 정책은 옳지만 이 토론은 왜곡됐다”고 썼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그의 측근들은 ‘비밀리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엄청난 기회를 놓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참모들은 그가 바이든 행정부의 인기 없는 정책에 해리스 부통령이 책임이 있다고 공격하도록 준비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언급하거나 해리스 부통령의 미끼에 물려 과거 자신의 결정을 옹호하는 등에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온 한 공화당 하원의원은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슬플 뿐”이라며 “해리스 부통령은 어떻게 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신경을 긁을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공화당 하원의원도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있다”며 “큰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좋은 성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중도하차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전달력, 세련미, 구성력, 준비성 면에서 분명히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후원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마저 엑스에 “(해리스 부통령이) 대부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썼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나고 해리스 부통령이 등판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당이 기사회생하고, 해리스 부통령이 긍정적 성과를 거둔 데 대해 반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민주당 하원의원은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아마 내가 본 것 중 가장 일방적인 토론 승리일 것”이라며 “트럼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일관성이 없으며 해리스는 준비를 많이 했고 완벽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토론 이후인 11일 진행된 여론조사기관 유고브 여론조사(미국 성인 3378명 대상)에서 응답자의 44%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에 적합한 후보라고 답했고, 41%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합하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향후 선거자금 모금에서도 더욱 열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억만장자 가족의 일원으로 텍사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금 모금 활동을 하는 다윈 더그는 NYT에 “트럼프는 해리스의 거짓말을 폭로할 기회가 많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며 “(토론을)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치인들과 진보 단체 등을 위한 온라인 기부 플랫폼 액트블루(ActBlue)에 따르면 토론 시작 몇시간 만에 민주당은 이 플랫폼에서 4300만달러(약 577억원)를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선정된 날 이후 이 플랫폼에서 기록한 일일 최다 모금액이다.

토론 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올해 미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미 동부 시간 12일 자정 기준으로 995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불러모으면서 선거의 핵으로 떠올랐다. 스위프트가 대선에서 입장 표명을 할 것인지가 그간 양 캠프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댓글 기능을 제한한 스위프트의 이 게시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숫자도 153만을 훌쩍 넘었다.
해리스·트럼프 9·11 테러 추모식나란히 참석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국립 9·11 추모관에서 열린 9·11 테러 23주기 추모식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부터)과 조 바이든 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이 참석해 추모사를 듣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이번 대선에서 2030세대의 투표 참여가 선거의 중요한 변수로 꼽히고 있는 만큼 스위프트의 해리스 부통령 지지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스타’ 역할을 하고 있는 머스크는 이날 엑스에 “좋아, 테일러. 당신이 이겼어”라는 글을 올렸는데, 조롱의 뜻이 담겼지만 한편 스위프트의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마도 (스위프트가) 시장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앙심을 품은 반응을 보였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은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후보 첫 TV토론을 미 전역에서 약 6700만명이 생방송으로 지켜봤다고 집계했다. 이는 지난 6월27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TV 토론을 시청한 5100만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9·11 테러 23주년 추모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둘 다 유세를 포함한 선거 관련 일정은 이날 잡지 않았다. 이틀째 얼굴을 마주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악수를 주고받았으며, 추모식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악수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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